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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동네책방 차린 시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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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듬 산문집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시인 김이듬에게 올해는 "위로가 좀 됐던" 한 해였다. 그의 시집 '히스테리아'의 영역본이 올해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 주관 미국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에 받았기 때문이다.

독자도 많지 않았고 '유니크한 시'라는 평가 속에 외롭거나 소외된 느낌도 받았지만, 이번 수상은 적지 않은 힘을 그에게 줬다.

외로운 방랑 시인 같은 기운을 풍기는 김이듬은 서점 주인이기도 하다. 그것도 요즘 차리면 망하기 십상이라는 '동네 책방'을 운영한다.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서 3년 넘게 책방을 겸한 카페를 운영했고, 최근 매장을 일산서구 대화동 성저마을로 이전했다. 물론 돈이 잘 벌리는 일은 아니다.

자칫 손해를 볼 게 뻔한 서점을 김이듬은 왜 차렸을까? 그 이유를 그는 신간 산문집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열림원 펴냄)를 통해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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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겸 카페 '책방이듬'을 꾸려가며 일상에서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와 단상, 그리고 이를 통해 길어 올린 시적 사유를 담담한 필치로 풀어낸 책이다.

김이듬이 처음 책방을 차리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결국 망할 것"이라며 간곡히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심장이 두근거리며 온몸이 뜨겁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기분을 잃어버리고 살게 될까 봐" 결심을 꺾지 않는다.

그리고 다행히 책방은 "편안하고 익숙했던 나를 넘어트리고 그 자리에 타인을 들이는" 공간으로 기능하며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물론, 김이듬 자신에게도 힐링의 장소가 된다.

이런 의미 있는 경험에도 불구하고 동네 서점을 계속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재정난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불거졌고 그는 지쳐갔다. 하지만 이웃과 지인들의 따뜻한 배려가 그를 버틸 수 있게 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책을 사는 주민들, 거스름돈을 슬쩍 사양하는 이웃, 서점에서 연 낭독회 등의 행사에 참여하고도 사례비를 사양한 작가들, 뜻깊은 사업을 해줘 오히려 고맙다며 월세를 탕감해준 건물주 등은 관계 맺기를 통해 긍정과 행복의 영향력을 전파하겠다던 서점 설립의 취지가 사실로 확인되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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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듬 시인
[김이듬 제공. 재배포 DB 금지]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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