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당시 상황 제대로 반영 안했다" 부글부글
새로 설치된 옛 상무대 영창 인물 모형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 사적지 제17호인 '옛 상무대 영창'을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하겠다며 거액을 들여 전시물을 새로 만들었지만 정작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광주시와 5·18 단체 등에 따르면 당초 5·18 자유공원에는 옛 상무대 영창을 비롯해 군 법정과 헌병대 사무실, 헌병대 내무반 등의 모습이 복원돼 있다.
여기엔 영창 안에 갇혀있는 시민들의 모습과 재판을 받는 시민들, 계엄군에 끌려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한 모형 인형이 전시돼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전시물은 5·18 당시 영창에서 벌어지던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지난 7월 24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사업비 16억8천여만원을 투입해 인물 모형을 제작하는 등 전시 체험물을 새로 설치했다.
새로 제작한 인물 모형 대부분은 당초 텅 빈 채 남겨져 있던 영창 내부에 배치됐다.
수형복을 입은 인물 모형 수십여개가 무릎을 꿇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거나 탁자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새로 설치된 옛 상무대 영창 인물 모형 |
영창에 수감된 시민들의 경우 계엄군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성한 곳 하나 없었다는 증언 등은 인물 모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감시하는 헌병대의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는 연출을 했지만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들었다.
군 법정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 모형이 설치됐지만 당초 설치된 작품을 보수하는 데 그쳤다.
헌병대 내무반과 식당에서 이뤄진 각목 구타와 물고문, 고춧가루 고문, 전기 고문 등의 아픈 역사도 담아내지 못했다.
이 외에도 전시 공간 3곳에 영상이 재생되도록 했지만 기존의 영상·기록과 다를 바 없었다.
5·18 당시 계엄군의 만행과 시민들의 고초를 실감나게 전달하겠다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를 두고 5·18 단체들은 "당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가 전시물 제작을 위해 5·18 관련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에서 각각 2명씩 자문위원을 선정해놓고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5·18 단체 관계자는 "자문위 회의는 단 1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며 "시와 용역사가 미리 마련한 계획을 그대로 진행했을 뿐 당시 경험담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미 없는 모형에다 영상 몇 개 틀어주는 것에 16억여원이 들어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전면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 관계자는 "5·18 자문위 등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아직 준공 검사를 하기 전이어서 미흡한 점이 있으면 준공 검사 과정에서 보완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옛 상무대 영창 입구 |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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