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관계 협정 타결…새해부터 뭐가 달라지나
EU와 거래하는 영국 기업들, 해마다 추가 세관신고서 작성해야
영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 ‘5년6개월간 25% 삭감’으로 합의
금융서비스는 합의서 빠져…영국 정부, 30일 의회 승인 추진
영국과 유럽연합(EU)이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미래관계 협정을 타결함으로써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영국이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7년간 이어진 양측 관계가 정리된 것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국경·재정·무역·수역 등에서 양측 관계가 대폭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6월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은 지난 1월 EU를 공식 탈퇴했으나, 올 연말까지 전환기간을 두고 EU와 ‘결별 후 관계’를 위한 협상을 벌였다.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영국이 합의안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협정 타결 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월1일부터 우리는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을 벗어나게 된다. 영국은 다시 재정과 국경, 법, 통상, 수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평하고 균형 잡힌 거래였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이별은 달콤한 슬픔”,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끝을 맺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글귀로 양측의 ‘완전한 결별’이 이뤄졌음을 표현했다.
협정문은 2000쪽에 달한다. 양측은 무관세와 무쿼터(생산량 제한 없음)를 원칙으로 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2019년 기준 양자 간 교역규모는 6680억파운드(약 1003조원)로, 영국은 EU와 거래하는 최대 시장이 된다. 영국이 원했던 무관세·무쿼터 원칙이 합의에 포함됐지만 상품 이동에 통관·검역 절차가 적용돼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EU와 거래하는 영국 기업들은 매년 2억1500만개에 달하는 추가 세관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영국인들은 EU 회원국에서 90일 이상 체류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자유롭게 일하고, 공부하고, 사업을 하거나 거주할 권리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EU 회원국 국적자의 영국 내 자유로운 이동도 끝이 난다.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영국 출신들은 더 이상 EU의 ‘에라스뮈스’(교환학생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없다.
협상 난제였던 어업권을 놓고는 영국이 물러섰다. 영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향후 5년6개월에 걸쳐 현재보다 25% 삭감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당초 ‘3년, 80%’를 주장했던 영국이 양보한 것이다. EU 어선의 영국 수역 접근권에 대해서는 매년 협상이 이뤄지게 된다. 존슨 총리는 기자회견에 물고기 무늬 넥타이를 매고 나왔는데, 그만큼 협상에서 어업 문제가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양측은 조세, 국가보조금, 환경 및 노동권 등 ‘규제 표준’에 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공통 원칙에 합의했다. 또 양측은 규제가 달라질 때마다 조정·중재 절차도 마련하기로 했다. 영국은 유럽사법협력기구, 유럽경찰청 회원국에서도 빠지게 된다. 다만 금융부문의 구체적 내용과 외교 정책, 대외 안보, 방위 협력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금융서비스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금융서비스 핵심 분야에서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정부는 오는 30일 의회를 소집해 합의안 승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EU 27개 회원국도 25일부터 검토에 들어가는데, 회원국 승인 이후 유럽의회의 동의를 거치면 협정은 효력이 생긴다.
영국이 브렉시트 단행 이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장기적으로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약 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 위기, 난민 위기 등을 겪은 EU도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 영국이 경제·안보 면에서 중추적인 회원국이었다는 점에서 EU는 영국의 공백을 메우는 것부터 큰 도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