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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공시 번복?···동학개미 "공시도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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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1조 잭팟 공시 믿고 매수행렬

1주일 뒤 '계약철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공시가 작전에 악용됐나?' 공시 신뢰성 의심

불성실법인 지정, 명목상 제재 그칠수도

서울경제

‘공시 번복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었나’

지난 23일 나온 코스닥 상장사 엘아이에스(138690)의 계약 철회 공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16일 엘아이에스는 복사 용지로 유명한 더블에이(Double A) 그룹과 9,817억 원의 마스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지만 이후 더블에이가 “계약을 맺은 적 없다”고 강력 부인하면서 1조 계약의 존부가 미궁에 빠졌다. 서늘한 분위기가 감지되는가 싶더니 결국 엘아이에스는 계약을 철회했다. 회사 측은 “계약금이 입금되지 않았다”며 “한국 더블에이로부터 ‘태국 본사와 계약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금 가장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건 동학 개미다. 1조 원에 육박하는 마스크 수출 잭팟을 터뜨렸다는 엘아이에스가 일주일 만에 없던 일로 하겠다고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24일 엘아이에스는 전 거래일 대비 23.99% 급락한 6,050원에 마감했다. 주가가 지난 21일 종가(1만 1,850원) 대비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달 15일부터 22일까지 엘아이에스의 주가는 34% 넘게 급등했는데 이 기간 개인은 엘아이에스는 8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타법인에서 이례적으로 74억 원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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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식시장에서는 ‘마스크를 1조 원어치 파는 게 가능하겠냐’, ‘부업으로 매출액의 7배를 올렸다는 수주를 순진하게 믿냐’ 등 개인 투자자를 향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도 할 말은 많아 보인다. 이들이 믿은 건 떠도는 증권가 풍문이 아닌 금감원과 거래소가 운영하는 공식 소통 채널의 ‘전자 공시’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거래소가 직접 계약서의 진위를 확인한 뒤 공시를 내보내고 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항변이 나올 법하다.

‘소문이 무성한 자본시장에서 공시 만큼은 믿을 수 있는 정보’라는 투자자의 신뢰에 균열도 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공시가 작전에도 악용된 것 아니냐’, ‘이게 가능한 일이냐. 공시도 믿으면 안 되는 것이냐’ 등 공시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더불어 계약금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급 계약 공시를 게재할 수 있는 현행 제도의 손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3일 거래소는 엘아이에스에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을 예고했지만 이를 체감하는 기업의 타격의 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불성실 공시 법인은 누적 벌점이 15점이 돼야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받는데 한 번에 부과 가능한 상한선은 12점이며 1년 뒤 청산된다. 엘아이에스가 향후 1년 간 공시 관련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은 명목상 제재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거래소는 공시 직후 불공정 거래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포착했고 이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본 후 필요하다면 그 내용을 금감원 측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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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엘아이에스 측은 글로벌 제지 기업 더블에이인 줄 알고 계약을 체결했지만 23일 계약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닿지 않으면서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작년 매출의 7배에 육박하는 규모의 계약에 대한 사전 검증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엘아이에스 측은 “검토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계약이 한두달 새 이뤄진 것이 아니며 확인을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23일 연락이 끊기고 계약금이 안 들어오니 계약 상대가 실재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중개업체인 윤준코퍼레이션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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