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 포함 미래관계 합의…교역·이주·어업·공정경쟁환경·안보 등서 변화 예고
통관·검역절차 적용돼 초기 일부 혼란 불가피…이동의 자유 '끝'·장기체류시 비자 필요
금융서비스 별도 협정 필요 전망…외교정책·방위협력은 합의에 포함안돼
사진은 2019년 3월 영국 런던의 의회 의사당 밖에서 나부끼는 영국과 EU 국기의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런던·브뤼셀=연합뉴스) 박대한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이 24일(현지시간)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하면서 양측은 내년 1월부터 여러 부문에서 관계에 변화를 맞게 된다.
양측이 합의한 '무역과 협력 협정' 초안은 ▲ 새로운 경제, 사회적 협력관계를 담은 자유무역협정 ▲ 형법, 민법 문제에서 법 집행, 사법 협력을 위한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는 시민 안전 파트너십 ▲ 분쟁 해결 방법 등 거버넌스에 관한 수평적 합의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은 상품과 서비스 교역뿐 아니라 투자, 경쟁, 국가보조금, 조세 투명성, 해상, 도로 교통, 에너지, 지속가능성, 어업, 데이터 보호 등을 아우른다.
다만 이번 합의에서 금융 부문의 구체적 내용과 외교 정책, 대외 안보, 방위 협력은 다루지 않고 있다.
다음은 이번 합의의 주요 내용이다.
◇ 상품 교역
무역협정, 그중에서도 상품 교역은 미래관계 협상의 핵심 중 하나였다.
당초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측 간 무관세 교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이 같은 무관세가 적용되는 상품의 수량에도 별도의 제한이 없는, 즉 무쿼터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결국 자유무역협정 합의를 통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했다.
즉 EU가 기존에 다른 선진국과 체결한 어떤 무역협정보다도 영국과의 협정에서 단일시장에 대한 더 큰 접근권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하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달라지는 점도 존재한다.
우선 내년 1월 1일부터는 양측 간 교역에 관세 및 규제 국경이 세워진다.
상품 이동에 통관 및 검역 절차가 적용되는 만큼 지금과 비교하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U 집행위원회는 "단일시장 안에서의 시장 접근권과 비교하면 떨어지지만, 이번 합의는 항공과 도로, 철도, 해양에서 지속가능한 연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주
영국인들은 더이상 EU 내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된다. EU 회원국에서 해당국 시민처럼 일하고, 공부하고, 사업을 하거나 거주할 권리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영국인들이 EU 회원국에서 90일 넘게 체류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EU 회원국 국적자의 영국 내 자유로운 이동도 끝이 난다.
◇어업
EU와 영국 간 무역협상에서 막판까지 장애물로 남아있던 어업 문제에서는 영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향후 5년 6개월에 걸쳐 현재보다 25% 삭감하기로 합의가 됐다고 AFP 통신이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또 EU 어선의 영국 수역 접근권에 대해서는 매년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영국은 단 3년에 걸쳐 60% 혹은 80%까지 줄이는 방안을 주장했었다.
이는 일종의 타협안이지만 오랜 기간 영국 수역에서 조업을 해온 북서부 유럽의 많은 어업 지대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EU 어선들이 영국 수역에서 매년 잡아들이는 어획량은 6억5천만 유로(약 8천750억원) 규모다.
한 EU 외교관은 5년 6개월 후에 다시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영국이 EU 선박들을 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인정했다.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 협상의 EU 측 수석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합의 발표 뒤 EU는 어업 부문 곁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합의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나는 EU가 이 어업 종사자들을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안다. EU는 그들과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
공정경쟁환경은 영국과 EU의 미래관계 협상에서 막판까지 이견을 보인 쟁점 중 하나였다.
EU는 그동안 영국이 EU 규제 체계에서 벗어난 뒤에도 조세와 국가보조금, 환경 및 노동권 등과 관련해 공정경쟁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렇지 않으면 영국이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특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EU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 불공정한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해왔다.
양측은 이번 합의안에서 국가보조금과 관련한 공통의 법적 구속력 있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 원칙은 양측 법원에서 집행가능하며, 불법 보조금 등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브렉시트 이후에 노동권 등의 분야에서 양측 규제가 달라지는 상황에 대비해 '재균형 메커니즘'(rebalancing mechanism)을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독립 중재 절차가 포함되며, 불이익을 본 측에서 공정한 경쟁을 회복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도록 했다.
◇안보
영국은 유럽사법협력기구(Eurojust·유로저스트), 유럽경찰청(유로폴·Europol) 회원국이 더이상 아니게 된다. 그러나 양측 경찰과 사법 당국간 협력 하에 영국과 이들 기구 사이의 협력은 계속된다.
영국은 실종이나 도난에 대한 경찰 경보를 공유하는 EU 지역의 데이터베이스와 테러 대응과 용의자 지문, DNA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래픽] 영국 브렉시트 관련 주요 일지 |
◇ 금융서비스
상품과 달리 서비스, 특히 영국이 강점을 가진 금융서비스는 이번 합의안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다.
양측은 그동안 무역협정 협상과 별개로 금융시장에 관한 별도 협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내년부터 금융서비스는 규제동등성 평가에 따르게 된다.
EU가 비회원국의 금융규제 및 금융감독 실효성 등이 EU 기준에 부합하다고 결정하면, 비회원국의 금융회사도 개별 EU 회원국의 별도 인가없이 영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일부 규제의 경우 EU의 동등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합의안에는 규제 동등성과 관련한 EU의 새로운 결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새해부터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금융서비스 핵심 분야에서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은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금융서비스에 관한 별도 규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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