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형석 MBX 대표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2018년 공동개발한 K뷰티 브랜드 '카자(KAJA)' [사진 MB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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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박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세포라와 함께 두 번째 K뷰티 브랜드 '옫지(OTZI)'를 출시했다.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다. 한글 '우리(ㅇㅜㄹㅣ)'의 자·모음과 유사한 영어 알파벳을 활용했다. 대나무와 인삼 등 한국 원료를 사용했다. 세포라와 잇따라 브랜드 2개를 공동개발한 하형석(37) MBX 대표를 '옫지' 출시 전날인 지난 15일 화상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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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주목한 '1호' 기업
하형석 미미박스(MBX) 대표 [사진 MB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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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국내에서 미미박스는 화장품 구독 서비스로 유명했는데.
A : 피봇팅(사업 전환)을 여러 번 했다. 2012년 구독 박스로 시작했다. 소비자로부터 월 1만6500원을 받고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소개하고, 기업에 소비자의 취향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델이었다. 2014년까지 재고가 전혀 없을 만큼 잘 됐다. 뷰티 전문 모바일 커머스로 사업을 확장했고, 400만 이용자를 모았다. 2014년에 큰 전환점을 만나 지금의 K뷰티 화장품 제조업까지 왔다.
Q : 전환점이 뭐였나.
A :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에서 약 13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포메이션8, 굿워터캐피탈 등 실리콘밸리 테크 전문 벤처캐피탈(VC)에서 줄줄이 투자를 유치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중국에 진출하면서 전 세계의 10~30대 고객을 상대하게 됐다. '고객에게 새로운 발견을 제공하자'는 미션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글로벌 고객에게 '새로운 발견'은 K뷰티 그 자체였다. 그래서 브랜딩 사업에 뛰어들었다. 본사도 이때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Q : 중국·일본 등 아시아부터 진출하지 않고, 미국으로 직행했다. 왜인가.
A : 미국에서 시장의 기회가 가장 크다고 봤다. 한국에선 막혔던 투자가 미국에서 터진 이유도 컸다. 테크 VC뿐 아니라 존슨앤드존슨 계열 JJDC도 지난해 우리에게 약 39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K뷰티의 DNA가 미국 시장에 통할 거라고 본 것 같다. 지금은 매출 5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다.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공동개발한 K뷰티 스킨케어 브랜드 '옫지(OTZI)' [사진 MB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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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서 힌트…'메이드 인 코리아' 강조
Q : K뷰티 DNA란.
A : 매력적인 가격대, 훌륭한 기술력, 재밌는 경험이다. 중저가 브랜드지만 기술력은 유명 고가 브랜드 못지 않고, 포장과 바르는 방법 등 소비자 경험도 다르다. 패션에 비유하자면 자라(ZARA)나 H&M이 노리는 시장이다.
Q : 미·중 동시 진출했다. 반응에 차이가 있나.
A : 반응은 중국이 더 빨랐다. 대신 기복이 심했다. 중국은 시장도 고객도 모두 빨리 변하는 편이다. 반면 미국은 고객과의 신뢰를 쌓으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미국에 집중할 때라고 느꼈다.
Q : 미국의 K뷰티 소비자는 어떻게 다르던가.
A : 한국에선 브랜드가 중요하고, 미국에선 제품 자체가 중요하다. 한국 화장품은 브랜드를 크게 쓰고 제품명을 작게 쓰지만 미국은 반대다. 진정성 있는 소통, 각자의 스토리, 제품의 성능에 대한 명확한 전달도 중요하다. 강남스타일, BTS 등 K팝의 성장 서사에서 단서를 얻었다. 한국인이 만든, 한국 회사의 한국 화장품이란 우리의 강점을 살릴 때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 옫지에 대나무, 쌀 같은 한국 원료를 내세운 이유다.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2018년 공동개발한 K뷰티 브랜드 '카자(KAJA)' [사진 MB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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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코로나 타격,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Q : 창업 9년차다. 위기는 없었나.
A : 매일이 위기다(웃음). 두 번의 위기를 꼽자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때와 올해 코로나19다. 2017년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던 중국 매출이 거의 0원이 됐다. 대응 능력이 부족했다. 이때 경험을 밑거름 삼아 올해는 위기를 기회로 잘 바꾼 것 같다.
Q :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A : 기존에 세운 사업계획을 다 엎었다. 가장 먼저 내부 소통을 늘렸다. 매일 아침 사내 미팅을 잡아 어제를 회고했다. 서울, 타이베이, 상하이, 샌프란시스코에 퍼져있는 직원들의 불안을 줄여야 했다. 슬랙, e메일, 화상회의 등 소통 채널도 늘렸다. 인기는 없지만 브이로그 등을 올리는 내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다(웃음).
Q :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도 변했을 텐데.
A : 그 다음 고객의 변화를 살폈다. 립스틱을 바르던 고객들이 마스크를 썼고 스킨케어를 중시했다. 온라인 사업과 스킨케어 투자를 늘렸다. 아마존과 틱톡에 진출해 팬데믹 전 35~40%였던 온라인 매출을 60%까지 끌어올렸다. 스킨케어 사업 비중도 15%에서 50%까지 늘렸다.
중앙일보는 지난 15일 하형석 미미박스(MBX) 대표를 화상 인터뷰했다. 김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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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친환경…세포라에 10대를 불러왔다
Q : 세포라와 협업한 계기는.
A : 세포라는 10대 고객이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우리는 세포라 데이터를 활용하면 10대가 살 만한 가격대의, 질 좋고 재밌는 맞춤형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단 자신이 있었다. 가령 지금 미미박스가 자리잡은 25~35달러 가격대 화장품이 세포라 매대에는 없었다.
Q : Z세대에게 인기를 끈 비결은.
A : 재미 요소가 컸다. 보통 세럼은 투명한데, 우리는 꽃 추출물을 넣어 컬러를 입혔고,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제품에 넣는 등 다른 브랜드가 하지 않던 시도를 했다. 또 틱톡 등으로 화장품 바르는 법, 패키징 스토리를 올려 Z세대 소비자와 소통했다.
미미박스와 세포라가 공동개발한 K뷰티 스킨케어 브랜드 '옫지(OTZI)' [사진 MB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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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새로 출시한 브랜드 '옫지'는 어떤 컨셉인가.
A : Z세대가 중시하는 '가치 소비'를 제품에 녹였다. 이들은 '이 제품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세대다. 제품을 버릴 때의 경험, 성능의 과학적 입증을 중시한다. 유해성분을 빼고 동물 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제외해 PETA(동물권단체) 인증을 받았다.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와 박스 없는 패키징을 사용했다.
Q : 10년 후 미미박스는 어떤 모습일까.
A : 우리만의 강점이 글로벌에서도 통한다는 걸 다른 스타트업에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 정도 청신호를 보낸 것 같다. 10년 후엔 우리 같은 회사가 많아졌으면 한다. 동시에 지난 9년간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 좋은 제품으로 기억되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걸 배웠다. 그런 기억을 남기는 기업이 되고 싶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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