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본(을해자)로 찍은 <고려사>,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유물이다. |
지금까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고려시대 역사서는 단 1권도 없었다. <삼국사기> 3건(국보 2건, 보물 1건), <삼국유사> 6건(국보 4건, 보물 2건), <조선왕조실록> 6건(국보 6건) 인데 비해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등은 지정되지 않았다. 왜냐면 <고려사>의 경우 당대(고려 시대)에는 정식으로 편찬된 적이 없던 탓도 있다. 고려말 문신인 이제현(1287~1367)과 안축(1282~1348) 등이 편찬을 시도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조선 건국 후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의 명으로 정도전(1342~1398), 정총(1358~1397) 등이 <고려국사>를 편찬했으나 현재 전하지 않는다. 이후 조선 시대인 15세기에 이르러 <고려사>가 간행됐다. 즉 1449년(세종 31)에 편찬하기 시작해 1451년(문종 1)에 완성되었고 1454년(단종 2)에 반포되었다. 이때 간행된 판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고려사> 목판본(태백산사고본(위)과 오대산사고본(아래).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다. |
총 139권으로 편찬된 <고려사>는 세가 46권, 열전 50권, 지(志) 39권, 연표 2권, 목록 2권으로 구성됐다. 1455년(세조 1) 을해자(강희안의 글씨로 만든 금속활자)로 간행된 금속활자 판본과 그 뒤 중종 연간(1506~1544) 을해자 판본을 목판에 다시 새겼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1482년(성종 13)에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과 1613년(광해군 5)에 을해자본을 번각(飜刻·뒤집어 다시 새김)해 새진 목판본의 초간본, 그리고 1613년에 을해자본을 번각한 목판본의 후쇄본(17~18세기 추정)이 전하고 있다.
연세대 도서관이 소장한 <고려사> 목판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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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고려시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자료인 <고려사>의 가치를 재평가해서 처음으로 보물 지정을 예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번 <고려사>의 보물 지정 예고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 등이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상황에서 고려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사서인 <고려사> 역시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대상은 현존 <고려사> 판본 중 가장 오래된 ‘을해자’ 금속활자본과 목판 완질본(完帙本)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을해자 2건·목판본 2건), 연세대 도서관(목판본 1건), 동아대 석당박물관(목판본 1건·부산시 유형문화재 제104호) 등 총 3개 소장처에 보관된 6건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2종의 을해자본은 완질은 아니다. 그러나 현존 <고려사> 중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2종의 목판본은 각각 태백산사고와 오대산사고에 보관되었던 것이다. 모두 을해자 번각 목판 초간본이자 완질이다. 그리고 동아대 소장본과 연세대 소장본은 번각 목판본의 후쇄본이지만 완질이다. 조선 후기 민간에 <고려사>가 유통되어 열람·활용된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동아대 소장 <고려사>는 연세대 소장본과 함께 번각 목판본의 후쇄본이지만 완질이다. 조선 후기 민간에 <고려사>가 유통되어 열람·활용된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
이들 6건은 고려의 정사로서 고려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천 사료라는 점과 비록 조선 초기에 편찬되었으나, 고려 시대 원사료를 그대로 수록해 사실관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 그리고 고려의 문물과 제도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수록되었다는 점 등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해당 판본들은 지금까지 전해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목판 번각본이라는 점에서 서지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6건의 <고려사>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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