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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계엄군 전사자 ‘전사’에서 ‘순직’으로···예우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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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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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5·18 당시 계엄군의 묘비. 묘비명의 ‘전사’라는 문구가 ‘순직’으로 변경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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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다 사망한 계엄군 22명을 ‘전사자’에서 ‘순직자’로 변경했다. 군이 ‘5·18 계엄군은 전쟁영웅이 아니다’고 공식 선언했다는 의미로, 뒤늦게나마 5·18에 대한 군의 기록이 바로 잡히게 됐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제24차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고 5·18 계엄군 사망자 22명의 사망 구분을 기존 ‘전사’에서 ‘순직’으로 바꿨다고 22일 밝혔다. 매·화장 보고서 등에 기록된 이들의 사망 경위 문구에서 ‘폭도’라는 용어도 삭제한다.

5·18 계엄군 사망자 22명은 1972년 제정된 육군 규정에 근거해 전사자로 인정받았다. ‘무장 폭동 및 반란 집안을 위한 행위로 사망’한 것으로 본 것이다. 현행 군인사법도 ‘무장 폭동, 반란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사망한 사람’을 전사자로, ‘직무수행 중에 사망한 사람’을 순직자로 구분한다.

전사자에서 순직자로 바뀐 것은 1997년 대법원의 판결에 근거한다. 당시 대법원은 “5·18 광주시민들의 시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 행위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계엄군 사망자들은 더 이상 전사자로 분류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국방부는 국회와 관련 단체 등의 요구를 고려해 이번 위원회에서 군인사법을 근거로 사망 구분 변경을 재심사했다. 그간 “계엄군 사망자를 전사자로 분류하는 것은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국방부는 “5·18 계엄군 사망자가 대부분 의무복무 중이었던 하위 계급의 군인으로, 엄격한 상명하복의 상황 속에서 상부의 명령에 따라 임무 수행 중 사망했음을 인정해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는 ‘순직-Ⅱ형’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이번 결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계엄군의 묘비명의 문구는 ‘전사’에서 ‘순직’으로 바뀌게 된다. 또 각종 군 기록의 사망경위에서도 ‘폭도들에 의해 전사했다’는 문구가 빠지게 된다. 단, 묘지 이장은 하지 않으며 유공자 유족연금(사망자 1명당 168만7000원)도 그대로 지급된다. 현재 계엄군 유족 22명 중 13명이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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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 사망자 사망구분 변경 재심사 결과.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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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방부는 ‘폭도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잘못 기록된 것을 바로 잡았다. 1980년 5월 24일 광주 송암동에서 광주비행장으로 이동하던 공수여단과 매복중이던 전투병과교육사령부 보병학교 교도대 병력사이에서 벌어진 오인사격에 의해 사망한 10명의 사망원인은 기존 ‘폭도 총에 맞아 사망’에서 ‘상호 오인사격’으로 수정했다.(5월11일자 경향신문 보도)

또 1980년 5월 22일 출근 도중 계엄군과 무장시위대의 교전과정에서 사망한 고 손 모 일병의 사망 원인을 ‘폭도 총에 맞아 사망’에서 ‘출근 중 원인불상 총기사망’으로 바로 잡았다. 5월 21일 실종됐다가 적십자 병원에서 시체로 발견된 고 이 모 상병의 사망 원인도‘폭도 칼에 찔려 사망’에서 ‘원인불명’으로 바꿨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이사는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라며 “상부의 부당한 명령에는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군의 가치관을 세우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송 전남대 교수는 “가해자든 피해자든 1980년 5월 당시의 기록은 있는 그대로 기록돼야 한다”며 “진실을 진실대로 기록하는 것은 희생당한 군인의 죽음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를 바로 세워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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