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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전신) 고문을 지낸 소설가 남정현(사진)이 21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1933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대전사범고를 졸업했다. 1958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1965년 발표한 대표작 '분지'로 필화를 겪었다. '분지'는 우리나라가 외세에 의해 사실상 식민지화됐다는 시각을 풍자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다. 같은해 5월 이 소설은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조국통일'에 실렸고 공안 당국은 대한민국 현실을 왜곡해 반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인을 체포했다. 1년 뒤인1966년 정식 기소돼 실형을 받았으나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들의 무료 변론과 동료 문인인 안수길, 이어령 등의 구명 증언이 잇따르면서 화제가 됐다.
고인은 1974년에도 민청학련 사건 및 문인 간첩단 사건 등에 연루돼 긴급조치 1호 위반혐의로 다섯 달 가까이 구속됐다가 기소유예로 석방됐다.
고인은 이후에도 작가회의 주요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등 반미 성향 활동을 지속했다.
'분지' 외에도 '너는 뭐냐', '허허선생' 등 대표작에서 고인은 정치 현실과 사회적 모순을 과장법, 반어법, 우의와 은유, 풍자, 환상 기법 등을 활용한 서사로 고발했다.
1961년 제6회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창작집 '너는 뭐냐'(1965), '굴뚝 밑의 유산'(1961), '준이와의 3개월'(1977)과 장편 '사랑하는 소리' 등이 있다.
2002년에는 국학자료원에서 '남정현문학전집'(전 3권)을 발간했고 2004년에 실천문학에서 '남정현 대표소설선집'을 펴냈다. 고인은 선집 출간과 관련한 작가의 말에서 "일본 시대에 태어나서 철없는 소년기를 철없이 흘려보내다가 부득불 또 분단 시대, 아니 미국 시대를 살게 되었다"면서 "미국 시대가 아닌 우리 시대를 한번 살아보고 싶은 소망에 항시 우리 시대에 대한 간절한 비원을 안고 무작정 소위 그 글을 쓰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소설가협회는 고인의 장례를 문인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아들 돈희, 딸 진희 씨 등이 있다. 빈소는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고 발인은 23일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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