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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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참전으로 들썩이고 있다. 2022년 대선 출마를 바라보던 안 대표는 20일 돌연 ‘야권 단일화론’을 손에 쥐고 서울시장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중 인지도를 갖춘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손잡으면 ‘필승 카드’가 될 거라는 관측이 있지만, 정치적 입지가 예전만 못한 그에게 파괴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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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불안 요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저출생 사회 해결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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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안철수'에 대한 최근 여론은 냉랭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권의 대선주자 1위로 떠오른 가운데 안 대표의 지지율은 줄곧 한 자릿수를 맴돌았다. 가장 최근인 17일 조사(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에서 안 대표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로, 2017년 대선때의 득표율(21.4%)에 한참 못 미친다.
현재의 국회 지형도 그에게 유리하지 않다. 안 대표가 지난 1월 19일 1년 4개월간의 외유(外遊)를 마치고 귀국할 즈음만 하더라도 4월 총선과 ‘보수 통합’ 분위기를 타고 주목을 받았지만, 귀국 당일 인천공항에서 본인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안 대표는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 득표에 집중했지만 3석(권은희, 이태규, 최연숙 의원)을 얻는 데 그쳤다. 이동섭ㆍ김삼화ㆍ김중로 전 의원 등 총선 직전 통합당으로 건너간 안철수계 인사들도 모두 낙선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껄끄러운 관계도 '불편한' 변수다. 안 대표는 2012년 총선에 출마하라는 김 위원장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뒤로는 아예 김 위원장(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선거대책위원장)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출마 선언 뒤 “후보 중 한 명”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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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긍정 요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월 2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보호구 착의실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진료 봉사를 위해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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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판에 뛰어든 안철수는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여러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선전하는 중인데 체급을 낮춘 안 대표가 끼어들면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후보들(5명)이 지지율에서 고전하는 점도 안 대표에게 호재일 수 있다.
부동산값 폭등,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 등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성공한 벤처사업가인 안 대표의 경쟁력이 부각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지난 3~4월 코로나가 한창이던 대구에서 방호복을 입고 봉사 활동을 펼친 ‘의사 안철수’ 이미지도 표심을 자극할 요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보수 색채가 옅은 안 대표의 ‘합리적 중도’ 이미지가 중도층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 측이 “단일화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며 독자 완주를 고집하지 않는 것도 국민의힘과 어떻게든 ‘화학적 결합’을 할 거라는 관측을 낳는다. 안 대표의 앞에 놓인 시나리오는 현재 ▲오픈 프라이머리형 통합 경선 ▲국민의힘 입당 후 경선 ▲국민의힘 후보와의 1:1 단판 경선 등이다.
국민의힘에선 환영과 냉소가 동시에 나온다. 이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안 대표의 야권혁신 플랫폼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3석 정당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경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국민의힘 입당은)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라며 입당에 선을 그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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