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범야권 연립지방정부’…야권연대 논의 급물살

국민의힘, 입당 후 경선 입장 고수

김종인 “安에 반응하지 말라”

일부 중진 “입당 필수 아냐”

오신환 ‘범야권 원샷 경선’ 주장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김혜민 기자, 임춘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야권 단일후보를 자임하며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으나,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경선을 치르는 방식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입당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할 지가 관건이다.

안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힘을 합쳐서 새롭고 혁신적인 시정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범야권의 모든 분들은 또 다시 민주당에게 서울시를 맡길 것인가, 정녕 문재인 정부 시즌2를 원하는가 이것 하나만 생각하자"며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고 무엇이든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립 지방정부'에 대해 "폭넓게 인재들을 확보하고 제대로 능력 있는 사람들을 등용하는 차원에서 드린 말씀"이라고 언급했다. 적어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입당' 주장에 대해 "(안 대표가) 국민의당 대표의 신분을 갖고 출마 선언을 한 것이니까 실례되는 얘기인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은)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도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 지 의견들이 다양하게 분출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동안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려면 입당 후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위원장도 전날 오후 온라인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는 우리의 것을 잘하면 된다"며 "안 대표에 반응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중진들 중에는 안 대표의 입당이 필수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4선 중진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빅텐트 치고, 헤쳐모여식으로 같이 만나는 방식'에 대한 질문에 " 개인적 판단으로는 그런 것까지 다 오픈한 상태로 봐야 된다고 본다"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 국민의힘에 들어와라 이런 말씀은 있었지만 정치라는 것이 과거 발언 중에서 지켜야 될 약속도 있고 때로는 상황에 따라서 바뀌어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 야권의 정치 협동조합인 '하우스(How's)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오신환 전 의원은 전날 "모든 후보들이 용광로 속으로 뛰어드는 범야권 원샷 경선, 범야권 공동경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단일화 자체가 국민적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엔 이미 식상한 게임이 됐다"며 "각자 가진 기득권을 진짜로 내려놓을 의지가 있다면 모든 복선을 걷어내고 UFC처럼 맨몸으로 부닥치는 것이 상책"이라고 밝혔다.

원샷 경선은 당 밖에 있는 안 대표, 금태섭 전 의원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한 번에 경선을 치르는 방식이다. 당 밖에 있는 후보들이 입당해 국민의힘 무대에서 경선을 하는 방식과, 당적에 제한을 두지 않고 범야권 통합경선을 치르는 방식으로 나뉜다. 국민의힘에서 경선으로 후보를 먼저 뽑고 이후 안 대표와 후보 단일화에 나서는 방식에는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인다. 옛 안철수계인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만약 안 대표가 이 방식을 고집한다면 야권 단일화가 아닌 야권 분열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원샷 경선 방식을 주장하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하겠다면 제1야당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공정하게 경선을 치러는 것이 정도"라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 역시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 함께했던 것처럼 안 후보도 야당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며 입당을 권고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