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두 날개로 날아야, 여권 문제 많아도
버티는 건 야당이 대안 못되기 때문"
보수는 지금…
자기 안에 갇힌 TK-강남 연합에 불과해
젊은 보수 나서 ‘살부' 각오해야
‘빨갱이' 소리 않고도 설득하는 초선들, 주력돼야
반문연대? 쓸데 없다, 2030세대 잡을 생각하라
진보는 지금…
피드백 작동 망가진 민주당, 몰락 이미 결정
문제를 문제라고 말할 세력 자체가 없다
적·아군 구분 짓고 힘으로 강요해
우리 국민, 균형감각 있어 비정상 오래 안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 = 김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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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57)는 요즘 가장 '핫'한 논객이다. 지난해 '조국 정국' 이후 여권을 향해 '독한' 소리를 하고 있고, 야권 인사들로부터 강연 요청이 집중되고 있다. 동시에 정치적 견해와 분석을 담은 저술도 활발하다.
얼마 전 진보의 실상을 조목조목 따진 책을 쓴 진 전 교수는 최근엔 보수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를 제시한 책을 펴냈다. 신간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에서 특유의 거침없는 쓴소리와 함께 보수 리모델링 전략을 말했다.
진 전 교수를 지난 17일 만났다. '보수 분석'을 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새는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며 "그런데 (여권이) 잘못 많은데도 버티는 건 (야당이) 대안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그는 "당의 피드백 시스템이 망가졌다"며 "몰락은 이미 결정됐다"고 단언했다. 독한 쓴소리였다. 이하 일문일답.
―보수에 관한 책을 왜 썼나.
▶대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보에서 잘못하면, '보수가 요새 달라졌으니까 그리로 가자'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우리가 잘못해도 저쪽으로 안 간다'고 본다. 정적이 건강해야 한다. 새 날개 한쪽이 망가지면, 다른 한쪽도 썩을 수밖에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보수(정당)가 왜 망했냐하면 똑똑한 사람이 아닌 말 잘 듣는 사람을 쓴 거다. 지금 보면 인재가 없다. 지금 보수는 자기 안에 갖혀서 객관화가 안된다. 서민과의 감정 소통 자체가 안 된다. 왜? 자기들은 잘 살아 왔기 때문이다. 강남이 유일한 세계다. 그 바깥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 모른다. 약자가 비명을 질러도, 우리한테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고 본다. 포용적이고 공동체주의적 보수로 나가야 한다.
―새로운 보수가 필요하다는 걸로 들린다.
▶옛 보수는 자기시대가 끝났다는 걸 인정하고 물러나야 한다. 합리화하지 말고. 이제 후배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 안그래도 공천을 연거푸 잘못해서 인재 씨가 마르지 않았나. 남들은 구닥다리로 보는데 그걸 모른다. 주류가 아닌데,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착각한다.
―현재 주류는 누군가.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왔다. 산업경제 주역은 할아버지가 됐다. 현재 디지털경제 주체는 4050세대다. 경제 주축은 원래 (보수의) 중요한 지지층인데 민주당에 다 넘겨줬다. 이들은 586세대와 대학을 같이 나와 민주당 쪽과도 소통이 된다. 이제라도 보수가 이들을 봐야 한다.
―국민의힘의 중심은 대구·경북(TK)인데.
▶여전히 보수의 헤게모니를 대구·경북(TK)이 쥐고 있다. 왜 전선을 낙동강에 치나. 서울에서 싸워야 한다. 서울도 강남만 봐선 안 된다. 보수 안에서 TK와 강남 연합이 '소수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선을 수도권으로 올려야 한다.
―세대교체라는 의미인가.
▶젊은 보수가 앞장서야 한다. 윗세대를 '낡은 세대'라고 명명하고 칼을 갈아야 한다. '살부'를 각오해야 한다. 합리적인 젊은 보수로 나서야 승산이 있다. 보수의 초점을 2030세대에 맞춰야 한다. 586세대가 6.25세대에게 반감이 있었듯, 지금 2030세대는 586세대에 반감을 갖고 있다. 2030세대가 60대와 투표 성향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이유다.
―국민의힘에서 젊은 초선의 움직임이 활발한 편이다.
▶그렇게 가야 한다. 초선이 주력이 돼야 한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개혁을 하긴 하는데, 그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원맨쇼로 보인다는 거다. 김 위원장을 뒷받침 해 줄 세력이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 그가 떠나도 (혁신이) 없어지는 게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한다. 눈에 띄는 개혁 주도 세력이 만들어져야 한다. 작은 성공을 엮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례로 윤희숙 의원은 나와는 생각이 다르긴 한데, 한가지만큼은 보여줬다고 본다. 빨갱이 소리 하지 않고도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실력과 의지를 가진 집단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보수가 '반문연대'로 뭉치는 분위기인데.
▶쓸데없다. 올바른 프레임을 깔아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권력을 잡은 민주당의 모습이 어떤가. 그들이 주장했던 민주적 기본질서가 계속 무너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죽는다고 생각해 억지를 쓴다. 공정·통합의 가치가 무너진거다. 그러니 이젠 보수가 오히려 민주화 운동을 할 때다.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야당에 중요하지 않나.
▶글쎄. 선거에 사람들이 너무 매몰돼 있다. 거기 매몰되면 혁신하지 못하고 망가진다. 선거가 장기적인 보수혁신 계획 속에서 배치돼야 한다. 당장 선거 때문에 이 계획을 망가뜨리면 안된다. 서울 선거는 질 각오도 해야 한다. 쿨하게 자기 혁신에 매진하는 게 먼저다. 좀 더 원칙적인 방식을 택했으면 좋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 = 김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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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더불어민주당을 평가하면.
▶몰락은 이미 결정됐다. 이제 그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가 변수다.
―이유가 뭔가.
▶피드백 시스템이 망가졌다. 당이 잘못되고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 나올 세력 자체가 없다. 개혁을 하려면 당 안에 의식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금태섭 전 의원이 쫓겨나거나, 조응천 의원이 비판 받는 것을 봐라. 가치 지향을 잃은 집단이 오래 버틸 수는 없다. 최근 민주당의 모습은 전체주의적이다.
―어떤 모습을 보고 전체주의적이라고 느꼈나.
▶자유 민주주의 정치란 상대와 나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는 거다. 하지만 요즘 민주당의 정치는 적과 아군을 구분 짓고, 힘으로만 강요한다. 입법 하는 것을 봐라.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법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의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자기 기득권을 옹호하면서 대의란 허위의식을 갖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최근 사의 표명 후 '산산조각'이란 시를 언급하기도 했다.
▶추 장관의 행동은 '나는 대의를 위해 이렇게 망가진 거야. 나는 숭고해'라고 생각하는 거다.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사태를 어떻게 봤나.
▶이른바 '추·윤 갈등'은 개인 간 갈등이 아니다. 본질은 법 관념 2개의 충돌이다. 자유주의적 법 관념과 전체주의적 법 관념의 대립으로 봐야 한다. 윤 총장의 징계 과정을 보면 이미 결론을 내리고 증거를 찾는 전형적인 전체주의 재판의 특성을 띈다. 죄가 있던 없던 간에 대의에 어긋나는 것을 하면 죄인으로 만든다. 운동권 관념이 강하게 남아있는 듯 하다. 아직도 머릿 속이 내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꾸 옛날 보수와 비교하지 않냐.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쉽게 깨지지 않는 듯 한데.
▶정치 운동과 생업이 중첩된 이들이 많다. 먹고 살기 위해 떠날 수가 없는 거다. 이들이 신흥 공동체같다. 시의회, 구의회도 모두 그들(여권) 소속이지 않나. 이게 37% 콘크리트 지지층의 핵심이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단 우려도 나온다.
▶진보 정당의 지지자 모습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얘기한 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깨어 있는 게 아니라 거짓된 세계관과 이야기에 중독된 상태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안 되는 상태가 됐다. 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무너뜨려야 민주당의 피드백 시스템이 살아날 거다. 민주당이 스스로를 비춰볼 새로운 대상을 만들 때 프레임이 깨진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노력할 거다. 잃어버린 진보 정당 DNA를 다시 되찾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 같은 비정상이 오래 갈 수는 없다.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거다.
―새로운 진보가 추구할 가치는 무엇인가.
▶이젠 헌법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하는 기본 합의가 헌법이다.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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