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모독 논란 유니클로, 여가부는 우수기업 혜택 준다

유니클로 '불매운동' 촉구하는 시민. 뉴스1

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독' 논란 등으로 국민적 불매운동 대상이 된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를 '가족친화 기업'으로 인증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가족친화인증 기업이 되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19일 여가부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는 최근 여가부 산하 가족친화인증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020년 가족친화인증 기업'으로 선정됐다. 에프알엘코리아를 비롯해 올해에는 총 4340개 기업·기관이 이 인증을 받았다.

여가부는 직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등 가족친화 경영에 앞장서는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2008년부터 가족친화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가족친화인증 기업·기관으로 뽑히면 정부나 지자체 사업자 선정 시 가점을 주는가 하면 출입국 심사 때 우대를 받는 등 220개 혜택이 적용된다. 제품 포장·용기나 홍보물 등에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어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도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이유에 대해 "임직원의 업무 효율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차출근제·탄력근무제 등 유연한 근무방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자녀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모성보호 제도를 활발히 사용해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에 힘쓴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에선 공분이 일었다. 네티즌들은 "국가를 깔보고 무시하는 기업을 불매운동했는데 국가 부처에서 상을 준다" "명동점도 내년 1월 철수하고 불매 이후 31개 매장이 문을 닫았는데 우수기업으로 선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8일 '불붙은 민심에 기름을 붓는 여성가족부를 폐지시켜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성가족부는 수많은 논란과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이번 만큼 크게 논란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불매운동 대상인 일본기업이 가족친화적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여가부는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인증) 기준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다만 현재 기준으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인증 대상에서 제외하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독 논란에 휩싸인 지난해 유니클로 광고. 유튜브 캡처

유니클로는 한·일 무역 갈등이 심화해 일본 기업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유튜브 계정에 올린 광고로 파문을 일으켰다.

98세 여성과 13세 소녀가 등장한 이 광고에서 "제 나이 때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는 소녀의 질문에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 못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한국 광고에서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된 자막이 달렸다.

일제강점기가 80년 전이었던 데다 90대 할머니의 대사를 달리 번역해 우리나라의 위안부 관련 문제 제기를 조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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