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는 문건에 법관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정보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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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 "사법농단 수사자료 활용 가능성 있어" 판단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린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판사 사찰 의혹'에 구체적인 판단을 내놨다. 특히 '재판부 사찰 문건'을 두고 "검찰총장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규정하고, 가장 논란이 됐던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수사자료를 사용한 정황을 밝힌 점이 주목된다.
19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의결 요지'를 보면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15, 휴일 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라는 내용은 언론에는 그와 같이 상세한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 실제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에 동일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명시됐다.
징계위는 리스트에 해당 법관이 음주 때문에 늦잠을 잔 사실이 실제 포함됐다는 점을 법원행정처에 확인했다고 한다.
이어 "공판 검사들이 재판기록에서 확보했거나 속칭 '사법농단' 수사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중 해당 정보를 그대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제공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만든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당시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준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리스트는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법원행정처 압수수색으로 손에 넣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리스트에는 판사 30여명의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유출되면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 역시 각별히 보안에 신경을 쓴 이유다.
윤 총장 측은 이에 대해 "법정에서 변호인이 주장했던 내용을 해당 공판검사로부터 들은 내용으로 대검의 지휘부서에서 알고 있어야 할 사항으로 판단해 기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전 수사정보담당관(부장검사)도 사찰 논란이 일자 즉각 "공판 검사들이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 차원에서 기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공판검사들이 정보의 소스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기일이 열린 15일 오전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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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윤 총장 측과 성상욱 전 담당관은 해당 판사가 2016년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공판검사들이 다 아는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날 음주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했다는 사실은 언론에 보도된 것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징계위는 당시 언론보도에는 전날 음주로 늦게 일어났다는 내용은 없었고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만 나와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같은 석연치 않은 과정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법무부가 수사의뢰한 이 사건을 서울고검에 배당했다.다만 법무부는 서울고검 배당은 부당하다며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징계위는 수사자료에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그럴 경우 문제가 있다"며 "개인정보도 문제가 되지만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자체는 매우 민감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징계위는 판사 문건이 윤 총장의 지시로 작성됐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직무 범위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 중 공소 유지 업무나 재판부 정보 수집에 관한 사항은 없다는 주장이다.
수사와 공판, 즉 기소 전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윤 총장 측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범위에 수사 중인 사건 관련 정보는 물론 공판 중인 사건 관련 정보 수집도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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