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주호영의 '26분 필버' 막전막후…중재 나선 국회의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오른쪽 부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12.14/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he300]지난 14일 밤 끝난 국회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토론)의 마지막 주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야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단상에 올라 "지금 대한민국이 정상적이고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느냐"며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강력 성토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은 26분16초. 필리버스터에 나선 21명의 의원 중 발언 시간이 가장 짧았다. 본인의 의도가 아니었다. 앞선 차례였던 이재정 민주당 의원의 발언시간이 길어지면서 주 원내대표는 자칫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할 뻔했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이 협상력을 발휘해 주 원내대표에게 기회를 줬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26분 필리버스터' 막전막후

여러모로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필리버스터의 사전적 의미는 국회에서 소수파 의원들이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다. 필리버스터를 '야당의 시간'이라고 하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독주'를 막겠다며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여당 의원들도 찬성토론으로 맞섰다.

지난 13일 밤부터 시작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태 의원은 날을 넘기며 10시간2분 동안 무제한토론을 이어갔다. 이어 송영길 민주당 의원(4시간4분),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4시간34분) 순서로 단상에 올랐다.

다음 순번인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13일 오후 3시35분 무제한토론을 시작했다. 국회가 예고한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 표결 시간은 오후 8시55분. 국민의힘은 이 의원에 이어 차례가 올 것으로 봤다. 주 원내대표는 저녁 시간 무렵 본회의장을 찾아 필리버스터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발언시간이 점차 길어졌다. 마음이 급해진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박 의장을 찾아왔다. 그는 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을 2~3시간 보장해달라고 했다. 박 의장은 "여야 교섭단체 협의를 했냐"고 물었다. 교섭단체 협의는 없었다.

박 의장은 이 의원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전제로 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을 15~30분 정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에 30분 정도의 발언시간을 보장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원칙이 무너진다"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발언을 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투표 전 발언기회를 얻었다. 2020.12.14/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병석 의장의 중재 "야당에게 마무리할 기회는 줘야"

이 때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역제안에 나섰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을 30분 보장할테니 표결 없이 필리버스터를 끝내자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를 받지 않았다. 평행선이 이어졌다. 주 원내대표는 40분의 시간을 요구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 역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의장이 이 의원의 필리버스터 동안 양당의 원내대표를 호출한 횟수만 3번이었다. 최종 결론은 주 원내대표의 30분 발언시간 보장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상의해 확답을 받았다. 주 원내대표도 발언시간을 30분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장은 긴박하게 흘러갔던 당시 상황에서 "야당에게도 마무리할 기회는 주는 게 맞지 않냐"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장의 중재가 아니었다면 양당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될 뻔도 했다.

그렇게 주 원내대표가 발언대에 섰다. 그는 "야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에 발언시간 30분을 얻는 데 이렇게 힘들어서야 필리버스터를 할지 말지 참으로 참담스럽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약속한대로 30분을 넘기지 않고 발언대에서 내려왔다.

곧바로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 표결이 이뤄졌고, 찬성 187표로 필리버스터 정국은 마침표를 찍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