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조례시간에 선생님에게 휴대전화를 제출한 뒤 하교 때 돌려받도록 한 교칙이 불합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정씨처럼 교내 휴대전화 수거에 반대하는 의견을 SNS에 올리는 '돈터치폰손글씨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는 일부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불법 촬영을 함으로써 교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돈터치폰 손글씨 챌린지' 인증 사진 |
◇ 청소년들 "휴대전화 수거, 학생 기본권 침해…"
'돈터치폰 손글씨 챌린지'는 학교명과 이름, '휴대전화 강제수거 NO' 등 교내 휴대전화 수거에 반대하는 표현을 종이에 손글씨로 쓴 뒤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하는 방식이다. 이어 '#돈터치폰챌린지', '#학생인권보호'와 같은 해시태그를 입력한 뒤 1명 이상 친구를 지목해 챌린지 동참을 요구한다.
챌린지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휴대전화 수거가 학생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는 박모(19) 학생은 "휴대전화를 강제로 수거하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행동"이라며 "학생을 주체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봄으로써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되고 있어 온라인 학습터에 올라온 공지와 온라인 수업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천시에 거주하는 최모(14) 학생은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에서 활용한 자료를 대면 수업에서 재활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휴대전화가 필요한 수업을 들을 때마다 교무실까지 (휴대전화를 가지러) 가야 하는 게 너무 번거롭다"고 토로했다.
휴대전화를 수거하지 않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휴대전화 소지에 따른 장점을 알리기 위해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북원여고 재학생 윤다은(가명·17)씨는 "시험 기간 자습 시간에 선생님께 허락을 구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친구들도 있고 노래를 들으며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한다"며 "판서를 따로 필기할 필요 없이 사진을 찍거나 중요한 공지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4일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A고교의 생활 규정이 학생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 챌린지에 나선 학생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인권위는 당시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학교 창문에 붙은 '핸드폰 강제 수거금지' 포스트잇 |
◇ 교사·학부모는 "학업 분위기 훼손·불법촬영 우려"
그러나 일부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인권위 결정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며 학습 분위기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충북 제천시 B중학교 학생부장인 양모 교사는 "중학생은 절제력이 부족한 시기이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소지하게 두면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할 것"이라며 "국어나 미술 등 용어 및 사진 검색이 필요한 과목 한 해 교사 재량으로 휴대전화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불법 촬영 등 교내 성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 교사는 "교실이나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이 이뤄질 위험도 있기 때문에 성범죄 및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라도 학생 개개인의 휴대전화 소지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안산 C고등학교 윤모 교사도 "학생들이 호기심에 신체 일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온라인에 올렸다가 'n번방' 사건처럼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할 수도 있다"며 "교사가 훈계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터넷상에 올려 교사 권위가 더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학교 폭력으로 검거된 학생·청소년은 1만3천584명으로 2017년보다 약 3% 줄었지만 불법촬영(몰카),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으로 검거된 청소년은 2017년 1천695명에서 작년 3천60명으로 80.5% 폭증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김수진 대표는 "최근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거나 논의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통신권'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권리만큼 학생으로서 의무도 중요하다"며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습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
yunkyeong0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