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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우주서 백신·치료제 대량·고품질 생산”… 스페이스X, ‘바이오 우주실험’ 시대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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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화물선 카고드래건2, 과학실험 장비 싣고 8일 새벽 ISS 도착
사노피·MIT·스탠퍼드, ISS국립연구소 지원받아 첨단 바이오 실험 착수
"중력 방해 없는 우주, 백신·단일클론항체 고순도·대량생산에 최적" 평가

조선비즈

8일(한국시각) 오전 3시 40분쯤 스페이스X 화물선 카고드래건2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해 도킹하고 있다./NASA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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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민간 우주진출 시대를 열면서 바이오 기업들이 우주공간이라는 ‘첨단 실험실’을 이용할 기회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글로벌 헬스케어기업 사노피(Sanofi)는 우주에서 고효율의 백신 생산공정을 구축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규명해 지상에서의 생산효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우주 실험을 시작한다.

스페이스X는 8일(한국시각) 오전 3시 40분쯤 화물선 ‘카고드래건2’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해 도킹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ISS에 체류 중인 과학자들은 카고드래건2이 싣고간 과학실험 장비들로 12건 이상의 생명과학·의학 분야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사노피 등 민간 기업과 대학이 ISS국립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는 실험들이다.

ISS가 있는 350km 상공은 중력이 0에 가까운 ‘미세중력(마이크로중력)’ 환경을 가졌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날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지상과 달리 중력의 방해가 없기 때문에 정밀한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정밀한 바이오 특성 실험과 소재 합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질들은 보통 용액 상태로 화학반응하는데, 지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무거운 입자가 가라앉아 용액이 불균일해지거나 주변 공기의 대류현상으로 불순물이 유입돼 합성 소재의 순도가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우주공간은 이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2006년 최 연구원이 이끌었던 항우연 우주인사업단을 통해 국내 최초 우주인이 된 이소연씨도 당시 우주 실험에 참여한 바 있다. 최 연구원은 "스페이스X는 그간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 지원을 받은 소수의 기업·대학 연구팀만 이용할 수 있었던 우주 실험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상용화될 스페이스X 우주선은 발사체(로켓) 재활용 기술을 통해 지상에서 ISS까지의 운임비용을 기존 러시아 소유즈우주선보다 수백배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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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사노피 본사의 로고./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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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국립연구소에 따르면 사노피는 미세중력 환경에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의 생산량과 품질을 향상하고 시간과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는다. ‘MDCK 세포’라는 세포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세포가 항체를 만드는데, 이 항체를 모아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세포가 항체를 만드는 대사활동은 중력의 방해가 거의 없는 우주공간에서 더 활발해진다고 알려져있다. 연구팀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독감 백신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상에서의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조건도 찾을 계획이다.

영국 기업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는 비슷한 원리로 순도 높은 ‘단일클론 항체’ 생산법을 찾는다. 자연 상태에서 항체는 여러 종류가 섞인 채 존재하는데, 이 중 특정 병원균 치료 효능을 갖는 한 종류의 클론만 모은 것이 단일클로 항체다. 셀트리온, 일라이릴리, 리제네론 등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도 단일클론 항체를 재료로 만들어진다.

개별 항체들은 광물 결정처럼 같은 종류끼리 뭉치는 결정화 과정을 통해 단일클론 항체가 되는데, 지상의 중력은 불순물을 유입시켜 단일클론 항체의 순도를 낮춘다. 이 연구팀도 사노피처럼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단일클론 항체 생산과 지상에서의 생산효율 향상 가능성을 알아볼 계획이다.

대학 연구팀들은 인공 배양한 3차원 세포조직이나 장기를 통해 신약 발굴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한다.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세포조직과 장기가 더 잘 자랄 수 있고 3차원 배양을 위해 필요한 지지대 ‘스캐폴드’도 필요없다. 스캐폴드에 접촉한 부분의 세포들은 상대적으로 잘 자라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세포와 약물의 결합방식도 미세중력 환경에서 더 정밀하게 관찰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근골격, 캘리포니아대는 뇌, 스탠퍼드대는 심장 관련 질환 치료법을 연구한다.

미세중력 환경의 이점을 살려 신소재 연구도 이뤄진다. ‘폼스(FOMS)’라는 업체는 ISS에서 우주 광섬유 ‘지블란(ZBLAN)’의 생산 가능성을 연구한다. 플루오린(F) 광섬유는 광통신에 활용할 경우 신호 손실을 기존 실리콘(Si) 광섬유 대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불순물이 섞여들어가 고순도 합성이 불가능하고 성능을 100% 구현할 수 없다. 지블란은 우주에서 만드는 플루오린 광섬유로, 이번 실험을 통해 대량생산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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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외신에 소개된 우주 광섬유 ‘지블란(ZBLAN)’ 관련 이미지./스페이스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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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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