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재외공관 성비위 지침 제정…"가해자 무관용 원칙"(종합)

가해자 인사등급 '최하위'…고충심의위 외부전문가 늘려

인권위, 외교부에 재외공관 성비위 처리 매뉴얼 마련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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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외교부가 성비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외교부 훈령)'을 전면적으로 제·개정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재·개정 지침은 Δ재외공관 성비위 지침 별도 제정 Δ성비위 사건 처리를 본부로 일원화 Δ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의 제도적 확립 Δ전 직원 성비위 예방교육 대폭 강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외교부는 재외공관에 적용되는 성비위 지침을 별도로 제정한다. 성비위 사건 처리의 사각 지대를 근본적으로 없애고, 재외공관장의 책무을 강화하며 이를 위반할시 엄중한 책임을 부과한다. 이전에는 본부와 재외공관이 동일 지침을 사용해왔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 성비위 사건 접수 즉시 지정 고충상담원이 본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초동 대응 단계부터 재외공관의 자체 판단과 처리를 원천 봉쇄하고, 본부 지휘 아래 체계적으로 피해자 보호 원칙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사건 접수 즉시 피해자 의사에 따라 행위자를 피해자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재택 근무 등)하여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등 사건 처리 전 과정에 걸쳐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했으며, 행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건에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성비위 가해자에 대해서는 징계와 별도로, 성과등급뿐 아니라 공직 경력 관리의 기본이 되는 인사등급에서 당해연도 최하위 등급을 부여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성비위 징계 처분시 성과 등급에서만 최하위 등급을 부여해왔다. 징계 요구시에는 과거 유사 징계 전력도 고려하기로 했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늘렸다. 법률가 등 외부 전문가 참여가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어. 개정 위원회 구성은 총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5명이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큰 개선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본부와 재외공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의 횟수와 시간을 4배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연 1회, 1시간 이상이었으나 연 4회, 4시간 이상으로 늘렸다.

아울러 사건 처리 단계별로 피해자와 행위자의 진술을 기록할 세부 서식을 마련, 관련 자료 수집과 관리를 표준화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 개선을 계기로 성비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하에 엄중한 조치를 강력히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7.5.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발생한 한국 외교관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낸 진정을 받아들였다. 이어 외교부에 재외공관에서 성희롱 발생시 조사 및 구제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지침서)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인권위 권고가 있었고, 내부에서도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어"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외교관 A씨는 지난 2017년 말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하며 세 차례에 걸쳐 현지 직원 B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일부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성추행 의도가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지난 2018년 초 감사를 진행한 뒤,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했다.

뉴질랜드 경찰도 지난해 B씨의 신고를 받고 관련 수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2월에는 뉴질랜드 법원이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A씨의 신병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양측 사법공조 절차에 따른다는 방침이나, 뉴질랜드 측에서 공조 요청은 없었다.

뉴질랜드 매체들은 한국 대사관이 현장검증이나 폐쇄회로(CC)TV 영상 제출, 직원 인터뷰 등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에서도 언급돼 외교문제로도 비화됐다. A씨는 지난 8월 보직 없이 본부 근무 발령을 받고 귀국한 상태다.

외교부에 따르면 주뉴질랜드한국대사관은 지난달 30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전 행정직원 B씨와 사인중재 협의를 진행했다. 협의 결과 대사관과 B씨 측은 우호적으로 상호 합의에 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인중재를 계기로 피해자가 많은 부분 구제됐다는 생각을 갖는 듯 하다"며 "이런 문제가 외교 무대 이슈로 드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신속하게 처리되는 것이 본부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정부의 관리 책임에 대해서는 서로간 원만히 합의됐지만, 개인의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며 "이런 부분이 일단락되면 가해 외교관에 대한 조치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ss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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