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완벽한 아이·마음이 흐르는 대로
중국의 현대 미학자인 저자가 생전에 남긴 수백 개의 산문 중 34편을 뽑았다. 2018년 번역 출간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열두 통의 편지', '담미서간'. '서양미학사' 등 저서에서 추렸다.
책은 우리가 삶 속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며, 아름다움의 감상과 창작에 관한 능력을 젊을 때부터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또 마음의 세계가 비워질수록 사물 세계의 소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우리의 마음을 큰 거울처럼 닦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물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용의 세계를 넘어 '목적 없이' 그 본연의 형상을 바라봐야 한다며, 인생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밖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쌤앤파커스. 396쪽. 1만5천원.
▲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 모리사키 가즈에 지음. 박승주·마쓰이 리에 옮김.
일본의 탄광촌에서 생활하며 작품활동을 한 시인이자 작가인 저자가 식민지 조선 시절 자신의 체험을 정리했다. 저자는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 1944년 일본으로 돌아가기까지 17년을 대구·경주·김천에서 살았다.
저자는 "식민지 체험을 적는 건 괴로운 일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일회성이 마음에 걸려 후세를 위한 증언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에 가급적 신변 자료만을 당시에 한정해 다시 읽으며 썼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은 과거 조선을 여행한 일본인들이 한반도에는 아무것도 없고 있는 건 그저 민둥산과 가난한 초가지붕, 색채가 없는 흰옷을 걸친 사람들뿐이라고 설명한 것과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저녁 무렵 골목길을 스칠 때 같은 정감을 나누고 있었다는 등 느낀 점을 그대로 전한다.
글항아리. 296쪽. 1만6천원.
▲ 완벽한 아이 =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가족에 의해 세상과 단절됐으나 삶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고 자유를 향해 나아간 프랑스 출신 심리치료사의 에세이다.
부유한 아버지와 교육학을 전공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저자는 3살 때 철책으로 둘러싸인 집에 감금돼 18살에 그 집에서 나올 때까지 15년을 갇혀 지냈다. 훈육이란 이름의 정서적·육체적 학대는 저자를 친구와 사회,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게 했다.
저자는 어둠 속에서도 절망에 스러지지 않은 것은 함께한 동물들의 순수한 사랑, 내면을 단단하게 해준 음악, 꿈을 꿀 수 있게 길을 밝혀준 문학 작품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또 세상 밖으로 나와 타인과 이야기하는 법부터 식당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법까지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지만,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가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강조한다.
복복서가. 334쪽. 1만6천원.
▲ 마음이 흐르는 대로 = 지나영 지음.
미국 의사 국가고시를 상위 3% 성적으로 통과해 하버드 의대 뇌영상연구소와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정신과 레지던트를 거쳐 한국인 최초로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로 일한다는 저자가 단단하게 인생을 사는 법을 정리했다.
마흔한 살까지 쉴 틈 없이 달리던 저자는 갑자기 몸살과 같은 근육통과 오한을 앓자 병원을 찾았고, 자율신경계 장애 가운데 하나인 '신경매개저혈압' 진단을 받는다.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 병적인 피로감에 시달리면서 단 15분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앉지 못하게 되자 의사로서의 일과 교수로서의 삶을 잠시 내려놓는다.
저자는 병을 겪으면서 세상과 사람,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환자의 입장에 온전히 놓이면서 좋은 의사란 아는 것만 많은 게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알아주고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다산북스. 308쪽. 1만6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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