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유가 상승(왼쪽)·하락에 베팅하는 QV ETN 시세/그래픽=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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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글로벌 증시에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원유 투자 상품 매수에 나섰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이 내년 1월부터 산유량을 소폭 늘리기로 했지만 원유 수요가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하는 '서학개미'(서구권 증시에서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와 한국 증시의 '동학개미'도 유가 상승을 점치는 분위기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너구리'라는 애칭을 가진 ETN인 NRGU가 4일 뉴욕 증시에서 하루 만에 21.02% 뛰었고 엑손모빌도 3%넘게 올랐다./그래픽=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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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원유 투기적 순포지션은 주간 51만7200계약으로 한달 전보다 16.88% 늘었다. 앞서 4일 뉴욕 증시에서는 캐나다 몬트리올 투자은행이 운용하는 '마이크로섹터 US 빅오일 3X레버리지' 상장지수 증권(ETN·NRGU)가 하루 만에 21.02% 뛴 71.92달러에 거래를 마쳐 시장 눈길을 끌었다. NRGU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너구리'로도 불린다. 정유사 엑손모빌·세브론·마라톤, 옥시덴털페트롤리움, 천연가스 업체 피오니어 등 미국 대형 에너지 기업 시세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지난 10월 12일 부로 20대 1로 병합 거래되고 있다. 올해 1월 2일에는 1006.77달러 선이었지만 3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기점으로 3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지난 달 30일까지만 해도 51.47달러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후 40%가까이 시세가 뛴 셈이다.
OPEC+ 합의와 영국 정부의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긴급 사용 승인 소식은 '실물 경제 혈액' 원유 관련 투자를 자극했다. 최근 일주일 간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 결제 34위에 오른 엑손모빌은 지난 4일 주가가 3.63% 올랐고 다른 글로벌 정유업체인 BP(4.26%)와 로열더치쉘(3.45%) 등도 시세가 빠르게 올랐다.
한국 증시에서도 서부산텍사스유(WTI)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이 지난 4일 4.62% 올랐다. OPEC+소식이 전해진 3일 부로 이틀 만에 시세는 9.68% 뛰었다. 반면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같은 날 4.83% 하락했고 이틀 새 9.21% 떨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폭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유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WTI가 내년 배럴 당 50달러를 넘겠지만 극초반대인 평균 50.4달러일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월가에서는 내년 WTI 평균 시세가 46.40달러, 브렌트유 49.35달러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투자사 피냄도 "OPEC+ 합의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45~50달러 선을 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멕시코 정부는 올해 유가 지지선을 49달러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벌어진 탓에 OPEC+가 감산 합의를 하던 당시 감산에 반대했던 멕시코는 유가 하락에 베팅한 헷지 투자를 통해 올해 25억달러(약 2조7150억원)를 벌어들일 것이라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지난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선물시장에서 내년 1월물 WTI는 전날보다 1.4% 상승한 46.26달러,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월물은 1.1%오른 49.25달러로 거래를 마쳐 50달러에 가까이 다가섰다. 앞서 3일 OPEC+은 내년 1월부터 원유를 지금보다 하루 평균 5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현재 감산 규모인 하루 770만배럴이 내년부터 720만배럴로 줄어들게 된다. 다만 리비아에서 원유 대량 생산이 시작됐고 OPEC+ 합의 불이행 리스크가 있는 데다 실물 수요 회복이 기대만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원유 관련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여의도 증권가와 월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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