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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여성국제법정 20주년…"수십년 노력이 베를린 소녀상 지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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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법정서 한국 검사단 참여 교수들

연합뉴스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히로히토(裕仁) 일왕은 실질적인 일본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위안소 설치 등 일본군의 잔학행위를 알고 있었음에도 여성을 성노예로 삼은 기소 사실이 인정된다. 유죄를 선고한다."

2000년 12월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 마지막 날, 게이브리얼 맥도널드 전 유고 전범재판소장은 히로히토 일왕과 일본 정부가 '인도에 대한 죄'를 위반했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여성국제법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당한 한국, 중국, 대만 등 8개국의 피해자 7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피해국 검사단 40여 명이 히로히토 일왕 등 25명을 기소한 민간 법정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었으나 국제사회에 일본 정부를 향한 '도덕적 단죄'의 뜻을 표명하는 상징적인 계기가 됐다.

올 12월은 여성국제법정이 열린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당시 법정에 한국 측 검사로 참여한 이들에게 5일 2000년 여성국제법정의 의미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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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20주년 행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00년 법정으로 국제사회가 일본의 책임 인식"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창립 멤버이자 2000년 여성국제법정 당시 한국 측 검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여성국제법정이 당시에는 물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양 교수는 6일 "2000년 여성국제법정은 초유의 시민법정이자, 피해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논리를 구성해 제국주의 일본의 최고지도자를 소환한 '아래로부터의 법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 역시 2000년 당시 일왕을 기소한 일의 상징성을 짚었다.

그는 "일본에서 '천황'의 지위는 '국가 그 자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 지금까지도 비판이 금기시될 정도"라며 "그 때문에 함께 기획하던 일부 일본인이 중도에 그만두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한국과 일본, 전 세계 시민들이 모여 끌어낸 역사적인 기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국제법정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이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최근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독일 베를린 소녀상을 지켜낸 힘도 2000년 여성국제법정 개최를 비롯한 지난 30년간 노력의 결과로 풀이했다.

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아베 내각 출범 후 수년간 '소녀상 지우기'를 목표로 하며 외교에 전력투구하는데도 베를린 시민들의 힘으로 미테구 소녀상 철거를 막아냈다"며 "2000년부터 국제사회에 일본의 책임이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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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소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 향후 과제는…"한국 피해자가 경험한 '식민지성' 조명해야"

두 교수가 소속된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는 전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2000년 여성국제법정의 공공 기억과 확산'을 주제로 2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법정의 유산과 미래를 논의했다.

수십년간 위안부 문제 연구에 힘 써온 이들이지만 여전히 짚어나가고 싶은 과제가 있다.

김 교수는 "지난 30년간 한국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만들어낸 '여성 인권과 평화'라는 새로운 국제적 가치를 미래 세대에게 체계적으로 확산시킬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2000년 법정에서 다뤄지지 못한 '식민지성에 기반한 전시 성폭력 문제'에 대한 법리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양 교수는 "조선인 여성들은 체계적이고 대규모적인 강제동원을 당하며 일본군과 조선인 여성이 마치 하나의 체계로 움직인 듯한 특성을 가진다"며 "길게는 10년 이상 위안소에 머무른 피해자가 있을 정도인데, 이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성격의 식민지성에 기초한 전시 성폭력"이라고 말했다.

viva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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