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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中, 신장서 ‘무슬림 재교육’ 명목 하에 ‘섭취 금지’ 돼지고기 강제로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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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성스러운 금요일 의도적으로 돼지고기 배식”

어린이 무료 급식에 돼지 몰래 넣어

신장 자치구 ‘양돈 허브’ 만들겠다 선언도

헤럴드경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위치한 한 정육점의 모습.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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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 등 이슬람계 소수민족이 다수인 서부 신장(新疆) 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에서 무슬림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이란 명목 하에 종교적 규율로 섭취가 금지된 ‘돼지고기’를 강제로 먹이는 행위를 광범위하게 벌이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 밖에도 중국 당국이 이슬람 고유 문화를 약화시키려는 일련의 정책들을 강화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비판했다.

“수용소, 성스러운 금요일 의도적으로 돼지고기 배식”알자지라는 약 2년전 신장 위구르 ‘재교육’ 캠프을 경험한 사이라굴 사우트베이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당국의 무슬림 탄압 사실을 전했다. 현재 스웨덴에 거주 중인 사우트베이 씨는 최근 ‘재교육 캠프’로 불리는 수용소에서 겪은 구타와 성학대 등의 탄압을 담은 책을 내놓았다.

사우트베이 씨는 “무슬림들이 합동 예배를 드리는 매주 금요일을 맞춰 (당국이 제공하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들은 의도적으로 무슬림에게 성스러운 날을 택했으며, 이를 거절하면 가혹한 처벌을 받는 형국이었다. 이 정책은 무슬림 억류자들에게 수치심과 죄책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구르족 여성인 줌렛 도우트 씨 역시 알자지라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8년 3월 우루무치에서 수용 시설에 감금됐다”며 “살아있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제공 받은 돼지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도우트 씨는 자신과 다른 여성들이 임신을 막기 위한 자궁 내 장치(IUD)를 삽입하고, 심지어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도록 생리 중단 주사를 맞기도 했다고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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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설치된 ‘재교육’ 캠프의 모습.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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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자치구 구도(區都)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무슬림들의 폭동 이후 중국 당국은 극단주의·분리주의·테러리즘이란 ‘3악’을 척결하겠다며 무슬림 주민에 대한 재교육 캠프를 설치, 운영해왔다.

유엔(UN)은 해당 수용소에 최소 100만명의 위구르족과 기타 이슬람교 소수 민족들이 감금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왔다.

이에 대해 중국 국무원은 지난 9월 ‘신장의 고용과 노동권’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통해 2014~2019년 동안 매년 평균 약 129만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당국이 수용소 인권 규모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구 국가들과 인권 단체들은 중국 정부가 이슬람교를 ‘테러와 극단주의’ 사상으로 간주해 소수민족들을 탄압하고 있으며, ‘언어와 직업 기술 교육’을 명분으로 수용소에 사실상 감금해 강제노역을 시킨다고 비난해왔다.

어린이 무료 급식에 돼지 몰래 넣어…자치구 ‘양돈 허브’ 만들겠다 선언도문제는 이슬람 문화를 약화시키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가 수용소를 벗어나 사회 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아시아뉴스는 지난해 음력 설에 정부 관리들이 신장 무슬림 가정에 식용 돼지고기를 직접 배달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18년 신장 자치정부는 국가 공식 정책으로 라마단 기간 식당 영업을 중단했던 예년과 달리 이 해부터 라마단 기간에도 정상 영업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사우트베이 씨는 신장 자치정부가 유치원 무슬림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 식품'이란 정책을 시행하면서, 먹는 어린이들이 모르게 돼지고기 요리를 내놓았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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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중국어로 된 교과서로 교육을 받는 모습. [알자지라 방송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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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책에 대해 그는 “어린이들의 입맛부터 공략함으로써 무슬림들을 점차 비(非) 할랄(Halal, 무슬림이 사용하거나 소비하도록 허용된) 인구로 만드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쉐커라이티 자커얼(雪克來提·扎克爾) 신장 자치구 주석이 직접 이 지역을 중국 내 ‘양돈 허브’로 만들겠다고 한 것 역시 위구르족을 비롯한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모욕이라고 알자지라는 해석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따라 2만5000제곱미터 면적의 양돈 농장이 조성되며, 연간 4만마리의 돼지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출 목적이 아닌 신장 자치구 내 돼지고기 공급을 위한 것’이라 명시된 만큼 무슬림 문화 지우기에 나선 중국 당국의 정책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읽힌다.

위구르 문화를 연구하는 독일의 인류학자 아드리안 젠츠 박사는 “신장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종교를 완전히 뿌리뽑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터키에서 활동 중인 아르슬란 히다닷 위구르족 인권운동가도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 무슬림들이 금기시하는 관행들을 정상적인 행동인 것으로 여겨지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앞서 젠츠 박사의 문제 제기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작하고 자료를 조작했다”며 “미국 정부의 우파와 연결돼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알자지라는 이번 취재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등에 공식 답변을 요청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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