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1·2·3·4차장이 모두 “사퇴하세요”… 이성윤 지휘권 붕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秋·尹 갈등] 작동 불능 빠진 중앙지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대표적 친정권 검사로 꼽히는 이성윤 지검장에게 서울지검 차장검사 전원(4명)에 대변인까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중앙지검 부장검사들과 평검사 전원 역시 이 지검장을 겨냥해 “그간의 과오를 반성한다”는 성명을 냈다. 중앙지검 최상층부에서 말단까지 이 지검장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옵티머스 사건으로 중앙지검 수사 대상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핵심 측근이 조사를 받다가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겹쳤다. 이 지검장은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을 뭉개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전혀 예상치 않은 일이 터진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고립무원'인 이 지검장의 지휘권이 완전히 붕괴됐다”는 말이 나온다.

◇1·2·3·4차장과 대변인, 李 사퇴 요구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쯤 김욱준 중앙지검 1차장, 최성필 2차장, 구자현 3차장, 형진휘 4차장과 박세현 공보관은 이 지검장을 찾아가 윤 총장 직무 정지 및 징계 청구에 관한 내부 여론을 전달했다. 이들은 이 지검장에게 “전국 검찰청은 물론 중앙지검 검사 대다수도 최근 일련의 사태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더 늦지 않게 판단을 내리시는 것이 좋겠다”며 사실상 용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지난 10월 19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이 지검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 1차장은 이 지검장을 따로 찾아가 사표를 내며 동반 사퇴 건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나는 할 일이 많다. (당신) 사표는 수리하겠다”며 사퇴를 거절했다고 한다. 김 차장은 다음 날인 2일 언론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조치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하면서 중앙지검을 떠났다. 한 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차장들 입장에서도 더 이상 평검사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지검장이 버티면 버틸수록 불행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낙연 측근 자살 “총장 보고 패싱하다 독박”

지난 6월부터 중앙지검이 진행해 온 옵티머스 펀드 사건 관련해서도 대형 악재가 터졌다. 지난 2일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실 부실장 이모(54)씨가 저녁 식사 시간에 청사를 나간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씨는 옵티머스 측에서 이 대표의 여의도 사무실 보증금, 1000만원 상당 집기·가구, 복합기 대여료 등을 받은 혐의 외에 별도 금품 수수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에서는 “옵티머스 관련 혐의는 수사 초기에 진술이 나왔는데 본격 수사를 미루다가 사고가 났다”는 말이 나왔다.

이 지검장은 그간 이 대표 측근 연루 등 여권에 대한 옵티머스 사건 수사 상황을 윤 총장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밤 이 대표 측근 이씨가 행적을 감추고 3일 밤 9시가 넘어서야 서울지방법원 경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 역시, 언론 보도가 나온 비슷한 시점에 윤 총장이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윤 총장을 철저히 배척해 왔던 이 지검장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여권에서는 민주당 설훈 의원 등이 “검찰이 어떻게 수사를 했기에 사람이 죽느냐”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지만 이러한 비판은 결국 이 지검장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사들 “이성윤 완전히 고립무원”

중앙지검은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 총장 직무 정지를 발표하기 직전, 이른바 ‘판사 문건’과 관련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 수색을 준비 중이던 대검 감찰부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지검 포렌식(데이터 복구)팀을 대기시켜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들은 “추미애 검찰의 ‘친위 쿠데타’에 병력을 동원해 준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앙지검 포렌식팀 5명은 25일 이뤄진 대검 압수 수색에 투입됐다. 여기에 관여한 형진휘 중앙지검 4차장은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압수 수색을 지휘한 허정수 대검) 감찰 3과장이 어떤 사안인지 설명하지 않은 채 압수 영장 야간 집행 지원을 문의했고, 연락을 받은 입장에서 수사관 3명에게 잠시 퇴근하지 말고 있어보라는 연락을 한 것”이라며 “이후 (압수 수색) 집행이 없다는 연락이 와서 퇴근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검사들은 “이 지검장 보고와 승인이 없었겠느냐”고 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더는 중앙지검 내부에 이 지검장의 우군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박국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