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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해방이다" 시험 마친 49만명 수험생들…'집콕' 늘어나며 번화가도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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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시간임에도 거리가 한산하다.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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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밤거리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해방감을 만끽하고자 거리로 쏟아지던 예년과 달리 시내 번화가는 강화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한산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했다.



텅 빈 홍대,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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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의 모습. 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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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는 대체로 한산했다. 매년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선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던 곳이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홍대 어울림마당로에 위치한 한 옷가게의 점원 강모(22)씨는 "오늘이 수능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손님이 없다"며 "수험표를 들고 와 '얼마나 할인되느냐'를 묻는 수험생들이 하나둘씩 찾아올 시간이지만 손님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홍대 거리에서는 매해 수능이 끝나고 수험생 할인을 안내하며 홍보 전단을 나눠주던 아르바이트생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휴대폰 대리점의 점원 이모(32)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직원들이 고사장을 찾아가거나 거리에 나가 수험생들에게 전단을 나눠줬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기획성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 대리점의 유리창에는 '수능 수험생 대환영 할인'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었지만, 아직 대리점을 찾은 수험생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PC방 찾아 스트레스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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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9시쯤 경기 수원역 인근 한 PC방. 수험생 등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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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영화관·PC방 등이 몰려있는 번화가인 경기 수원역에서도 수능 수험생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수험표를 가져오면 20%를 할인해준다는 한 매장 측은 "오늘 온 수험생은 2~3팀 정도 된다"며 "생각보다 많이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PC방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8시 경기도 수원역의 한 PC방에서 만난 고3 A군은 "시험이 끝나 후련한 마음에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A군은 이날 친구 2명과 이곳을 찾았다. 300여석 규모의 이 PC방엔 60여명의 손님이 있었다. 이 중 20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게임을 즐겼다. 이 PC방 아르바이트생은 “오늘 수능이 끝나서 수험생이 몰릴 줄 알고 일을 도와주러 나왔는데 생각보다 수능 끝나고 PC방을 온 수험생은 많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험생·상인 모두 아쉬움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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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3일 오후 7시 한산한 수원역. 상인들은 "수험생을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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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거리에서 만난 몇몇 수험생들은 강화된 방역조치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치고 홍대를 찾은 서모(18)양은 "수능도 끝나 중학교 동창들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인생네컷’ 사진도 찍기 위해 홍대를 찾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없어 썰렁하다"며 "카페에서 수다도 떨 수 없어 밥만 먹고 집에 가서 가채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이모(18)양은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수험표를 들고 온갖 가게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밤늦게까지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놀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9시면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 저녁을 먹은 뒤에는 집에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상인들 역시 이른바 '수능 대목'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 아쉬운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홍대 거리에서 렌즈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6)씨는 "매년 수능 끝나고 안경 대신 렌즈를 새로 사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며 "본사에서 수험생 할인에 대한 프로모션 계획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시 전형 계속되므로 대외 활동 자제”



수능 이후 진행되는 논술 등 대학별 고사 일정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대외 활동 자제와 방역수칙 준수를 거듭 당부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힘들게 공부해 온 시간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만큼은 압박감을 털고 마음껏 즐기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수능 이후에도 입시 전형이 계속되므로 애써 공부한 수험생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고 가급적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가람·채혜선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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