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이대호가 데려온 ‘사무총장’, 직원엔 갑질·판공비는 쌈짓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악의 선수협’ 뒤엔 김태현 사무총장의 ‘상식 밖’ 행태

[경향신문]

경향신문

이대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서울 호텔에서 총회와 2019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를 마친 뒤 총회 결과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대호, 구체적 정보 안 밝히고
“야구 밖 인사…팬 입장인 분”

모욕·폭언에 핵심 직원 퇴사
또 다른 현 직원 노동부에 진정
‘사용자’ 이대호 출석 요구 받아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국 직원이었던 A는 지난 1월 말 퇴사했다. 일선에서 선수들과 가장 가까이 소통하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핵심 직원이었다. “나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왔다”고 했다. 김태현 선수협 사무총장의 지속적인 모욕 행위를 견디다 못한 A는 사무총장이 선임되고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퇴사를 택했다.

선수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자신은 사무실에 매일 출근도 제대로 안 하면서 기존 직원들에게는 갑질을 한다. 모욕적인 언행을 굉장히 심하게 해 직원들이 다들 괴로워한다”고 전했다.

지속적 갑질 행위로 인한 상처는 결국 곪아터졌다. 선수협 사무국 직원 B는 최근 김태현 사무총장의 갑질 행위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 이에 조직도상 ‘사용자’인 이대호 회장도 출석 요구를 받았고 한 차례 연기한 채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이대호 선수협 회장은 지난해 12월2일 총회에서 사무총장을 교체하고 “야구계 인사를 선임하면 특정 의견에 휘말릴 수 있어 팬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분을 택했다”고 했다. 대기업 출신 마케팅 전문가라는 사실 외에는 구체적 정보를 밝히지 못한 채 “야구계 밖의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년간 끌어오던 FA 제도 개선이라는 프로야구의 큰 숙제에 겨우 한발 뗀 상태, 본격 업무를 진행해야 할 단계에 선수협은 업무를 맡아왔던 사무총장을 교체하고 ‘야구계 밖 인물’을 영입한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무국 한 직원은 “오자마자 기존의 직원들을 다 적대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한 말이 자신은 야구를 1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했다.

사무총장은 선수협의 대변인이자 살림꾼이다. 회장은 선수가 맡지만 실제 업무와 뒤처리는 모두 사무총장이 한다. 선수협이 늘 주장하는 ‘KBO와 동등한 관계’에 있어서는 사무총장의 능력이 절대적 요소다. FA 제도 개선안이 통과된 중대한 시점, 수시로 KBO와 조율해나가며 코로나19 사태에 공생을 도모해야 할 때였지만 선수협과 KBO의 왕래는 거의 없었다. KBO 관계자는 “사무총장은 1월에야 KBO에 처음 들렀다.

이후에도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선수들도 동참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꺼내면 ‘그럼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KBO와 업무·홍보 등 손놓고
판공비 250만원 올해 4월부터
현금으로 받아가 용처도 불명

김태현 사무총장은 가장 기본적 업무인 보도자료 작성마저도 미뤘다. 선수협은 지난 1월22일 KBO 이사회가 내놓은 FA 관련 리그 규정 개정 사항을 놓고 제동을 걸었다. 12월 총회 투표로 통과된 사항을 기반으로 개정된 것이었지만 선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KBO가 폐쇄적인 밀실행정으로 통보만 한다”고 반발했다. 맥락과 취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보도자료 내용에 야구계에서는 과연 사무총장이 쓴 것이 맞느냐 의문이 쏟아졌다. 당시 보도자료는 수도권 구단 고참선수 C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차례 수정한 끝에 그대로 보도자료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직원들은 “사무총장이 야구를 전혀 모르니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듯 보도자료까지 선수에게 맡겼다”고 했다.

이런 인물이 법인카드로 지급돼오던 판공비 250만원을 지난 4월부터 현금으로 받아온 사실이 발각됐다. 판공비를 어디에 썼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몰랐다”고 둘러대며 사퇴하기로 한 김태현 사무총장은 ‘인수·인계’를 하겠다며 21일까지 근무하겠다고 계속 출근하고 있다. “1년이 넘어야 퇴직금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부의 전언이다.

바로 이대호 회장이 영입한 사무총장이다. 이대호 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도 “선수협이 잘되기 위해 내가 모셔왔다”고 했다. 선수협 내외 관계자들은 모두 “회장이 영입했지만 둘의 관계를 보면 직접적으로 원래 알던 인물 같지는 않다”며 이대호 회장 주변 인물이 중간에 끼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선수협은 2012년 선수들의 초상권 수익과 관련한 횡령·배임 혐의 문제로 권시형 사무총장이 구속되면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후 박재홍 회장 체제로 새로운 선수협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8년 만에 다시 최악의 선수협으로 추락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