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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민청학련 손배 패소판결 헌재 이석태·김기영 소수의견 “국가 불법행위 책임 외면한 재판, 취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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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를 6개월로 줄인 ‘양승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헌법재판소에서 나왔다. 비록 다수의견으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2명의 헌법재판관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 그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긴급조치 위반 사건 피해자 이아무개씨가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7 대 2 의견으로 각하했다.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따른, 선례를 벗어나지 않는 결론이었다. 2018년 8월 헌재가 6개월 시효 판례를 뒤집고 과거사 사건의 소멸시효는 3년임을 분명히 했지만, 이미 법원에서 패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길이 없었다.

헌법소원 청구인인 이씨도 1970년대 민청학련 사건으로 긴급조치 위반 등 유죄 판결을 받은 뒤 2011년 10월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 뒤 2012년 5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민법상 시효정지 기간인 6개월을 적용해 시효가 완성됐다며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를 들어 대법원 판결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소수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총체적 수준의 국가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까지 헌재가 심사를 포기한다면, 이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실현, 정의 수호를 사명으로 하는 헌재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외면하고 임무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짚었다. 긴급조치 사건은 “국가가 권력을 위헌적으로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해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했지만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한 재판에 해당한다”며 이는 재판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대법원이 민법에서 정한 ‘시효정지 기간 6개월’ 규정을 과거사 사건에도 적용한 것은 “국가배상책임을 지는 국가를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반 사인과 동일시한 것으로, 이는 일반 개인과 달리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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