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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년 예산 2.2조 늘리며, 국회의원들 ‘지역구 예산’도 끼워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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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예산 26.5조로 5천억 늘며 토건 예산도 증가

일부 의원들은 자료 내어 “증액에 힘썼다”고 공개

검토없는 증액으로 결국 집행 못해 예산 낭비 지적


한겨레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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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내년도 예산을 정부안보다 2조2천억원이 늘어난 558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일부 예산은 국회의원들의 민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의심된다. 재난지원금 3조원 마련 등을 위해 내년 재정 씀씀이를 늘리면서, 상당수 의원은 지역구 예산도 함께 늘리는데 애쓴 셈이다.

3일 국회가 의결한 수정예산안을 보면, 사회간접분야(SOC) 예산이 26조원에서 26조5천억원으로 가장 많은 증가를 보였다. 이 가운데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토목 사업을 늘리는 경우도 상당했다. 상당수는 보도자료까지 내어 본인들의 노력으로 증액이 이뤄졌음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인 양주시 숲길체험프로그램 사업에 1억원을, 양주시 내행 하수관로 사업에 3억5000만원을 새로 편성했다. 또 양주 장흥-광적 국도 건설 사업 예산을 6억원 늘려 57억여원으로 편성하도록 했다. 예결위에 속한 같은 당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원주시갑)은 자료를 내어 “내년 예산안에 원주시 사업 국비지원 예산이 대거 반영됐다”며 원주∼여주 철도 건설 예산이 정부안에서 49억원이 늘어난 157억원으로 편성된 사례 등을 꼽았다. 양향자 의원도 ‘광주 유일의 예결 위원’으로 지역 예산을 크게 늘렸다며, 광주 하남∼장성 삼계 광역도로(신규 20억원), 상무지구∼첨단산단 도로개설(40억원→45억원) 등을 예로 내밀었다. 이상헌 의원도 ‘송정역(가칭) 광역전철 연장 운행’ 사업과 관련해 75억6천만원을 새로 예산에 반영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정은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확장적 재정 정책에 따른 국채발행이 늘어 나랏빚을 걱정하면서도 지역구 예산을 늘리는 데 애를 썼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구 수성갑의 매호1지구 재해위험지역정비 사업 예산을 11억4200만원 증액해 24억1900만원으로 늘렸다.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추경호 의원도 대구 달성군의 산업단지 사업 예산을 98억원을 10억원 늘렸다. 이밖에 송언석 의원은 문경∼김천 철도기본계획 사업 예산(120억원→125억원), 김은혜 의원은 수서∼광주 복선 전철 예산(70억원→110억원) 등을 사례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같은 ‘끼워넣기’식 예산 증액은 낭비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16∼18년 이른바 ‘쪽지예산’ 241건을 분석한 결과, 예산을 절반도 쓰지 못한 사업은 58건으로 2012억원에 달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예산이 충분히 상임위에서 논의를 거쳐 증액되는 경우는 좋지만, 대부분 마지막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 끼워넣는 식”이라며 “여야 간 주고받기식으로 이뤄진 증액은 제대로 검토를 받지 않고 편성돼 향후 집행 과정에서 다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지양해야 하고, 국회 스스로 예산 심의권 권위를 낮추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공공의료 관련 신축 예산은 한 푼도 없고, 겨우 공공병원 증축을 위한 설계 예산 15억원이 책정됐다”며 “공공병상을 최소 30%까지는 늘려야 공공의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정부·여당은 이런 절박한 요구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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