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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中 '나홀로 긴축'…경기회복 속 금융위기 차단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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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간 대출금리 급등...인민은행엔 '대수만관' 재등장

인민은행장 "재정적자 떠안아선 안돼"

도이체방크 "내년 두차례 금리인상 가능성"

미 의회 자문기구 "中 금융안정 확보에 중점둘 듯"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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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책에 골몰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나 홀로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다른 국가들과 달리 조기 종식을 선언한 이후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데다 미국과의 외교ㆍ경제적 마찰로 금융 체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긴축 기조는 중국 내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민간 부동산 조사기업 차이나인덱스아카데미(CIA)를 인용해 지난달 중국 100대 도시의 신축 주택 가격 상승률이 전월 대비 0.32%로 지난달보다 둔화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로 부동산으로 들어오던 자금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CIA의 설명이다.


중국 은행 간 차입도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이달 초 고시한 1년 만기 은행 간 대출금리는 3.95%로 지난 7월 초 2.59% 대비 66% 급등했다. 인민은행과의 직접 자금 거래가 안 되는 일부 소형 은행들은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달 화천그룹과 칭화유니그룹, 융청석탄전력 등 국영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발표에도 별도의 지원책을 발표하지 않고 오히려 위법사항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민은행도 지난달 말부터 긴축 기조 신호를 시장에 보내왔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3분기 통화 정책 집행보고서에 "결단코 '대수만관'하지 않을 것"이란 문구를 삽입했다. 대수만관은 물을 대량으로 쏟아붓는다는 뜻으로, 시중에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최근 언론기고에서 "국채 매입으로 재정적자를 떠안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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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과 달리 중국 정부가 긴축 기조로 돌아선 것은 일단 경기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1로 집계돼 3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코로나19 여파로 35.7까지 급락한 이후 9개월 연속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에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국채로 유입된 펀드 자금 32억5000만달러 중 절반에 가까운 15억달러가 중국 국채로 유입됐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9.5%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내년에 두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하며 세계 최초로 통화 공급 밸브를 잠그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재정적자율을 낮추기 위해 올해 코로나19 경기 부양안으로 발행한 1조위안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이 내년에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마찰이 더 심해질 것에 대비해 취약한 금융 체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의회 산하 초당적자문기구인 미ㆍ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2020년 연례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섰지만, 정책자금 대부분은 지방정부와 유착된 국영 기업과 이와 관련된 금융기관으로 흘러가 경색이 매우 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총부채가 283%로 위험한 상태임을 감안해 경제성장보다는 부채비율을 통제하고 금융 안정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상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경제통상팀 팀장은 "중국이 재정 정책을 통한 인프라와 신사업 투자는 계속 이어가되, 통화 정책 부분에서 유동성 공급을 더 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전까진 중국 국유 기업 투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생각됐지만, 이제는 그 부분도 생각해 투자자들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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