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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다양한 실험과 시도로 모색하는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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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제재·스타일의 국내 소설 잇달아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침체한 국내 소설 시장에서 여러 색다른 형식과 장르, 소재, 기법 등을 활용해 스마트폰에 빼앗긴 사람들의 시선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요즘 눈에 띈다.

팬데믹 장기화 속에 올해 국내 소설 판매가 몇 년 만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성장률로 돌아선 것도 공상과학소설(SF)을 비롯한 장르물과 청소년소설 판매량이 커진 덕분이라는 분석 역시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최근 서점가에 나온 국내 소설들을 보면 신예 작가들을 중심으로 기발한 소재와 주제에 도전하거나 공상과학(SF),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형식 실험에 적극적인 기류가 엿보인다.

연합뉴스


문지혁의 네 번째 장편소설 '초급 한국어'(민음사)와 손현주의 장편 '도로나 이별 사무실'(은행나무출판사)은 제목부터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초급 한국어'는 이민 작가를 꿈꾸며 뉴욕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 '문지혁'이 주인공이다. 실제로 강사이자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문지혁의 자전적 요소를 담았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우리 말을 바라보게 한 건 한국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장치다. 주인공은 이민자 소설가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실제 현실은 '동양인 남자'라는 소수자 중 소수자임을 절감하게 할 뿐이다.

'도로나 이별 사무실'은 '이별 대행 서비스'라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젊은 독자들의 호기심과 감성을 자극한다. 이를 통해 '관계'의 무거움을 돌아보게 만든다.

주인공의 직업은 '이별 매니저'이다. 의뢰를 받아 이별을 대신 통보해주거나 이혼 의사를 전달해주는 일부터 사물, 장소, 직장과의 작별을 도와주는 일까지 다양한 이별 해결사 역할을 한다.

SF어워드 중단편 소설 부문 대상(2015)과 장편소설 부문 우수상(2019)을 받은 박문영의 소설 '주마등 임종 연구소'(창비)는 존엄사를 소재로 한 장편 SF이다.

안락사가 합법화한 미래 세계에서 시공간을 넘어 원하는 장면에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마등 임종 연구소'를 둘러싼 이야기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들로 끔찍한 장면과 마주치는 지원자들이 나오면서 연구소는 혼란에 빠진다.

연합뉴스


중견 스릴러 작가 정해연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 '패키지'도 나왔다. 한 아이의 죽음을 계기로 드러나는 한 가정의 추악하고 비극적인 비밀을 냉정하게 그려낸 미스터리 스릴러다.

육아 우울증이나 불륜 의심 등을 빌미로 자행되는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에 대한 작가적 통찰이 서늘하다. 막판 인상 깊은 반전은 외국 유명 스릴러물 못지않다.

독서앱 선두업체 밀리의서재가 종이책 시리즈(밀리 오리지널)로 발간한 '카르마 폴리스'는 젊은 신예 홍준성이 '상호 텍스트성'을 표방하며 야심 차게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가상의 도시를 무대로 인류사를 보편적으로 재조명한다. 판타지 같기도 하고 우화로도 읽히는 이 소설은 박쥐를 닮은 소년 '42'의 삶을 통해서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함께 출간한 오디오북은 배우 이제훈의 목소리로 녹음됐다.

중견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재는 요즘 유행하는 여성 서사로 돌아왔다.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노라와 모라'(다산책방)다.

불행한 가정사 속에서 불안과 결핍으로 자신을 감춘 채 힘들게 살아온 두 이복 자매가 20년 만에 만나 소통하고 연대하려 노력하는 이야기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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