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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中, 코로나 초기 심각성 은폐… 확진·사망자도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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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CDC 기밀보고서’ 폭로… 거짓말 드러나 파장 예고

의료 부실 등으로 초기 대응 실패

정부 확진 발표 두배 이상 차이 나

진단까지 23일… 보고체계도 엉망

정보 공유됐다면 미리 대책 가능

2019년말 후베이성 독감 20배 폭증

코로나 조기 확산에 영향 끼친 듯

세계일보

코로나19 발발 초기인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방호복을 입은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확진자를 적십자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CNN방송은 1일(현지시간) 후베이성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초기 단계에서 확진자를 적게 잡아 발표하는 등 각종 사실관계를 은폐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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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코로나19 발발 이후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해왔다고 밝힌 것과 달리, 대부분 사안이 은폐됐고,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을 밝히는 내부 보고서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1일 CNN은 후베이성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작성한 117페이지의 기밀보고서를 익명의 중국 의료종사자를 통해 입수해 중국 당국이 하향식 관료주의와 부실한 의료시스템 등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단계에 명백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12월 1일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 확진자 수 등 축소 발표 의혹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2월10일 전국에서 2478건의 확진 사례가 나타났다고 발표했지만, 내부 보고서에선 후베이성에서만 같은 날 5918건의 사례가 발생했다. 공식 발표한 수치보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후베이성의 분류 기준을 보면 ‘확진 사례’ 2345건, ‘임상 진단’ 1772건, ‘의심 사례’ 1796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7일 기준 후베이성 누적 사망자 수는 2986명으로 발표됐지만, 보고서는 확인된 사망 2675명, ‘임상 진단’ 사망 647명, ‘의심 사례’ 사망 126명 등 3456명으로 기록했다. 밴더빌트 의과대학의 감염병전문가 윌리엄 샤프너는 “중국의 접근 방식이 보수적이며 중국 관리들은 실제로 전염병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같다”며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포함하면 분명히 발병 규모가 확대됐을 것이며, 감염의 성격과 크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까지 23.3일… 보고 시스템도 먹통

중국의 부실한 진단 역량과 허술한 보고 체계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초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23.3일이었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진단 장비를 사용해 정확성마저 떨어졌다.

세계일보

지난 4월 22일 중국 우한의 한 학교에서 소방관이 교실을 소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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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2003년 사스 발생 후 설치한 ‘중국 전염병 직접보고 시스템’ 역시 먹통이었다. 이 시스템은 로그인조차 잘 안 될 정도로 시스템이 엉망이었다. 거기에 관료적 절차상의 한계로 신속한 데이터 기록 및 수집조차 하지 못했다. 데이터가 전국의 CDC 및 관련 보건 부서와 즉시 공유됐다면, 대책을 미리 세울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후베이성에서 독감환자 20배 증가

후베이성에서 지난해 12월2일부터 한 주간 발생한 독감환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59%인 20배 이상 증가한 내용도 처음으로 드러났다. 우한에선 2032건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고, 특히 인근 도시 이창(6135건), 셴닝(2148건)에서는 더 많았다. 전문가들은 증가한 독감환자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코로나19 조기 확산을 가속화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우한의 화난 수산물 시장을 진원지라고 밝혔지만, 우한에서 320㎞ 떨어진 이창이 우한보다 거의 3배나 많은 독감 환자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지에 대한 새로운 가설이 가능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중국 외교부, 국가 보건위원회 등은 이 문서에 대한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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