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찻물을 끓이고 찻잎이 우러나는 것을 보는 동안 세상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려진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느끼며 감각이 소란스러워지는 동안 머릿속은 오히려 조용해진다. 차를 내리는 건 나를 아껴주는 시간이다.
방송사 기자 출신 앵커인 저자는 차 마시는 시간을 이렇게 표현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환경과 사회적 자극에 매우 예민한 사람(HSP·High Sensitive Person)이라며 차가 이런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취향이라고 말한다.
또 과거에는 친목 도모를 위해 꽤 많은 술자리에 참석했는데, 몸과 마음은 늘 긴장한 상태였다고 고백한다. 술자리 대화에만 의지하는 우정은 오래가지 못했다며,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편안한 찻자리 대화의 매력을 강조한다.
책은 차나무 이야기와 차생활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을 설명하면서 차를 분류하고 잎차를 우리는 방법 등 차상식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저자는 1월은 새해의 세리머니 백호은침, 2월은 겨울잠을 깨우는 따뜻함 금첨 등 자신이 마셨던 차 12가지를 계절별로 나눠서 소개하기도 한다. 중국 윈난성과 일본 교토, 대만 타이베이 등 차를 주제로 떠났던 순례기도 담았다.
길벗. 200쪽. 1만3천500원.
▲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 김윤정 지음.
코로나19 시대에도 8천원짜리 막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와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가게가 있다. 이곳은 하루 평균 1천명 이상의 손님이 오고, 올해는 가게를 연 지 8년 만에 매출 30억원을 달성했다.
경기 용인에서 막국숫집을 하는 저자는 70번 이상 가게를 찾는 단골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은 비결로 '진심 경영'을 든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고, 고마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다시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한다.
책은 위생과 맛은 기본이며 손님이 음식을 먹는 흐름까지 고려해 서비스한다고 강조한다. 갓난아이 때문에 아예 음식에 손을 못 대고 있는 아이 엄마가 안타까워서 국수를 다시 내려달라고 주방에 요청해 갖다준 적도 있다고 설명한다.
테이블 여덟 개로 시작한 가게는 두 배로 규모가 커졌다. 저자는 메밀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테이블 수를 늘리진 않았고, 가격도 2019년에 딱 한 번 1천원 올렸다. 메뉴는 단순화하고, 사리도 기본 메뉴와 같은 양을 제공한다.
책은 사람들이 줄을 서는 식당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전략을 세웠다기보다는 손님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 했다고 이야기한다. 오래가는 생명력을 지닌 식당을 하고 싶다는 게 저자의 바람이다.
다산북스. 304쪽. 1만6천원.
▲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지음.
집은 한국 사회의 오랜 화두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집을 부동산적인 가치, 즉 재테크 수단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정서적 기억의 공간인 집의 의미를 때때로 잊곤 한다.
2년 전 개 산업을 파헤친 르포르타주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개의 죽음'을 펴낸 저자가 이번에는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에세이 형태로 풀어냈다.
저자는 어린 시절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 수성구의 고급 빌라, 20대에 아홉 번 이사했던 서울 강북의 집들, 신림동 원룸, 금호동 다가구주택, 행신동 투룸, 정발산의 신혼집, 구기동 빌라 등 서울·대구에서 보낸 기억을 되짚는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조부모와 3명의 삼촌 등 대가족의 살림을 홀로 전담한 엄마가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으며, 어머니 세대로 대표되는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삶을 떠올린다.
이 깨달음은 '자기만의 방'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저자에게 '자기만의 방'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다. 책은 "물리적 장소 안에서 여성의 상징적 자리를 가늠해보려는 시도였다"고 말한다.
라이프앤페이지. 224쪽. 1만5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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