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판부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 정도, 회고록 판매 중단된 점 등 고려"
투명우산 보호를 받으며 떠나는 전두환 |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피고인에 대한 사회·역사적 비판과 형사 처벌의 영역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전두환(89) 전 대통령은 30일 5·18 헬기 사격 목격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장은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음에도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낸 전씨를 향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번 재판은 5·18 자체가 아닌 명예훼손을 중점으로 판단했다며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그래픽] 전두환 1심 선고 법정 출석 상황 |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전씨의 경우 관련 규정 개정 전 기소돼 일반 명예훼손 범죄의 양형 기준을 따랐다.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은 감경 요인에 해당했으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심신미약은 출간이 사전에 계획돼있었던 점, 측근들과 함께 검토해 출간한 점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한 권고형은 징역 4개월∼1년 형이었으나 재판장은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부축 받으며 광주법원 들어서는 전두환 |
그는 "과거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이자 5·18이라는 아픈 현대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인 전씨의 행위에 대해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죄로 인정되는 범죄 사실에 한정해 형을 양정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인이 확정된 범죄에 반하는 주장을 하며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태도를 용인할 수 없더라도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양형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전두환 회고록 출간부터 5·18 사자명예훼손 재판까지(종합) |
첫째, 이 사건은 5·18 민주화운동 자체에 대한 재판이 아니고 허위 사실 적시로 피해받는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라는 이유다.
사건이 가진 역사적 의미는 양형에서는 부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라며 피해자인 조비오 신부가 피해를 당한 사정만으로는 전씨를 엄벌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둘째, 이 사건에서는 5·18 기간 헬기 사격 여부만 쟁점이 됐을 뿐, 이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 발생 여부는 쟁점이 아니어서 이와 관련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넷째, 국회에서 지난 10월 허위 사실로 5·18을 왜곡한 사람을 최고 징역 7년 형에 처할 수 있는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법률이 시행되더라도 그 전에 기소돼 소급 적용할 수 없고 이 사건 자체를 5·18 역사 왜곡 죄로 평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다섯째, 피해자 고소대리인은 북한군 배후설 등을 주장하며 5·18을 왜곡·폄훼한 지만원 씨 판례 등을 들어 실형 선고를 주장했지만,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살아있는 사람도 포함된 점, 여러 차례 집행유예 등 처벌을 받았음에도 지속해서 범행한 점을 볼 때 지씨 사건이 전씨 사건보다 무겁게 처벌받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여섯째, 사자명예훼손죄를 무고죄에 준해 형을 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일곱째, 피해자 측의 민사소송 제기로 회고록 판매가 곧바로 저지됐고,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5·18의 진실이나 역사가 왜곡되는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으리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는 점, 회고록이 오로지 헬기 사격 부인 의도로 출간되지는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areu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