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목욕탕 관계자가 사우나 시설에 이용 금지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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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시설에 대해 추가로 영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수도권에서 시행할 이른바 거리두기 ‘2단계+α’ 이다. 정부의 발표에 자영업자들은 “어느 업종이 얼마나 더 (영업중단을) 견뎌야 하는지 한 치 앞을 모르겠다"며 "방역 지침이 오락가락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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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학원…"+α 갑자기 나와"
서울 마포구에서 에어로빅 학원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30일 당장 내일부터 학원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A씨는 “회원들이 안 나오겠다고 해서 오늘 있던 수업도 전부 취소했다”며 “정부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만 어떤 업종은 되고 어떤 업종은 안 되고를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계속 적자였는데 이렇게 또 갑자기 문을 닫고 얼마나 더 버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에어로빅 학원이 텅 비어있다. 다음달 1일부터는 거리두기 '2단계+α'에 따라 에어로빅 강습이 금지된다. 정진호 기자 |
정부는 세 단계였던 거리두기를 다섯 단계(1, 1.5, 2, 2.5, 3단계)로 세분화한 개편안을 이달 초부터 적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단계+α’를 들고 나왔다. 이에 따라 스피닝·에어로빅·킥복싱 등 격렬한 운동시설과 사우나 등의 운영이 갑작스럽게 금지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고심해 수도권은 2단계에 +α를 했다”며 “순발력 있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 실내테니스장을 운영하는 서모(32)씨는 “이번 주에도 코로나 19 확진자가 줄지 않으면 시설을 몇 개 더 정해놓고 ‘2단계+β'라도 시행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가 애초의 거리두기 단계를 무시하고 그때그때 업종 몇 개를 추가해 영업을 금지하니 자영업자로서 불안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영업 지속 여부를 예측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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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는 맞나…'희망 고문' 기분"
수도권의 거리두기 2단계가 당초 예정대로 2주 동안만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자영업자들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단계를 조정하고 있어 ‘희망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지난 22일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가) 24일 0시부터 2주간 적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행상황을 평가하며 연장하거나 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중현(30)씨는 “예정된 2주가 지나면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되는 건지 신뢰하기 어렵다”며 “가게가 문을 닫을 지경이라 직원들에게 ‘2주 동안만 파트타임으로 일해 달라’고 근무시간과 임금을 모두 줄였는데 거리두기가 연장되면 또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 했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매장 내 음식 섭취가 금지돼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정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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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단계로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수 없게 되면서 카페 매출은 70%가 줄었다고 한다. 그는 “당분간 문을 닫더라도,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지만 명확하게 말해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28)씨도 “만약 거리두기 2단계가 2주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한다고 하면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일요일마다 정부의 브리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리두기 기간 연장 또는 상향 등의 결정이 바뀔 수 있어서다. 서울 종로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김모(30)씨는 “2단계든 3단계든 특정 기간만 버티라고 하면 믿고 가겠는데, 기간을 예측할 수 없으니 '희망 고문'이다”고 했다.
29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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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기준 제대로 설정하고 지켜야"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이 기준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는 특정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막아낼지 약속한 건데 지키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며 “정부가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에게 무슨 말 할 자격이 생기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게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 중간에 무리하게 경기 부양하는 게 아니라 확실한 기준을 잡고 가야 한다”며 “2단계에서 2.5단계로 상향한다고 해도 추가로 제한되는 업종이 많지 않은데 ‘2단계+α'는 어떤 경제적 근거로 결정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모든 기준을 설정하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진호·편광현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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