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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수도권 아파트도 리모델링 바람… “재건축 기다리느니 집값 오를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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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반에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전세난까지 겹치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해 새 것처럼 고쳐 살자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경기도 뿐만 아니라 시 단위로도 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할 방안을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사업을 위한 조합을 설립하거나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지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조선비즈

리모델링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성동구 응봉 신동아 아파트에 붙은 현수막.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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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군포시 산본 개나리주공13단지 아파트와 덕유주공8단지 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추진위원회는 최근 설계자 입찰공고를 냈다. 개나리주공13단지는 1995년 입주한 1778가구짜리 아파트다. 전용면적 49~59㎡형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의 주차공간은 가구당 0.5대에 불과하다. 1996년 입주한 덕유주공8단지는 138가구 한동짜리 아파트다. 이 아파트 역시 가구당 주차대수가 0.51대로 주차난을 겪는 편이다.

군포 산본신도시 우륵아파트는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해당 단지는 수평증축과 별동증축을 통해 1312가구를 1508가구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리모델링사업을 발주할 준비를 마치고 오는 2021년 2~3월 중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1994년 입주한 이 단지는 전용면적 58㎡형과 84㎡형으로만 구성돼 있다.

이미 조합을 설립한 단지들은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안양시 평촌신도시에서는 목련마을 선경2단지 리모델링사업조합이 효성중공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1992년 준공된 994가구짜리 아파트로, 전용면적 34㎡형과 58㎡형만으로 구성됐다. 58㎡형인 주택을 100㎡ 정도 면적으로 증축하는 한편,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고 단지 안은 공원처럼 꾸밀 계획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 사업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건축사업은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고 실내 평면과 동 배치 등을 대대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반면, 리모델링은 골조 등 구조의 안정성이 보장된 B등급 단지는 수직증축, C등급은 별동증축이나 수평증축 방식으로만 추진할 수 있다. 소형 면적이 중심인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에는 가구 수가 크게 늘지 않을 수도 있다.

올 들어 수도권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규제지역까지 추가로 지정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리모델링사업은 재개발이나 재건축과 달리 임대주택을 공급할 의무가 없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수도권 전반적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1주택자라도 기존 주택을 매도하면 비슷한 입지에 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 등도 반영됐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경기도는 지난달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마련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경기도에서 리모델링 사업 요건(사용승인 후 15년)을 충족하는 아파트는 모두 4144개 단지, 158만6000가구에 달한다.

용인시도 리모델링 사업의 용적률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오는 2021년 상반기 중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조례’를 제정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조합 설립부터 설계사와 시공사 선정 등을 상담해주고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수도권 전반적으로 집값이 많이 올라서 1주택 실거주자라도 새 아파트나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커졌다"면서 "리모델링도 아파트 가치도 이전보다는 올라가고 재건축 사업보다 기간도 짧기 때문에 10년 뒤 재건축을 노리기보다 지금 쾌적한 집에 살기 원하는 1주택 실수요자가 많은 아파트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까지 리모델링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시공사 선정에 착수한 용인시 수지구 현대성우8단지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을 두고는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이 경쟁 중이다.

최근 진행된 서울 성동구 벽산아파트 리모델링사업조합 창립총회에 GS건설과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사업설명회를 진행한 수원 영통구 신나무실주공5단지 리모델링사업을 두고는 GS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효성중공업 등이 일찌감치 홍보전을 시작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던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등에서 먹거리가 없어지자 리모델링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면서 "1990년대에 준공해 재건축 연한(30년)까지 10년 이상 남은 아파트 중에서 건폐율이 낮아 동을 추가로 지을 수 있거나 가구 간 공간이 충분해 발코니와 다용도실 등을 확장할 여건이 되는 단지가 리모델링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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