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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근배 예술원 회장 "한국문학 '편 가르기' 안 돼…대립 해결돼야 위대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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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계간 아시아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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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일제강점, 분단 등의 역사에서 상처 받은 사람이 저 하나뿐이겠습니까. 그런데도 우리 문학은 여전히 편가르기를 많이 합니다. 전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7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80, 시조시인)은 최근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부친인 고(故) 이선준 선생(1911~1966)의 소식을 알리며 이같이 밝혔다.

이선준 선생의 훈장 수여는 작고 54년 만의 일이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6일 이 회장에게 독립유공자 포상안내문을 보내면서 "일신의 안위를 버리고 조국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선생의 희생정신과 애국심은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귀감으로서 후세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준 선생의 공로는 이렇다. 그는 1911년 당진에서 태어나 현 충남 아산 신창면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부친을 돕다가 브나로드 운동에 크게 감화됐다. 이후 주민들에게 민족주의 사상을 전하고, 아산적색농민조합을 결성해 농민운동을 이끌었다.

이선준 선생은 이로 인해 1933년 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9개월 옥살이를 했고, 석방 이후에도 농민진흥회에 가입해 민족운동을 해오다가 1935~1937년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다. 그와 그의 가족들은 창씨개명을 거부하는 등 조국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다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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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훈장 애족장 받은 이선준 선생.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부친.(이근배 회장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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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선준 선생의 독립운동 공로는 작고한 지 54년 만에 인정받을 만큼 오랜 기간 무시돼 왔다. 이선준 선생의 공로는 이미 오래 전 보훈처에서 파악했지만, 그가 공산주의 관련 활동을 한 혐의로 형을 선고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남아 있던 '연좌제'는 그렇게 그의 가족들까지 힘들게 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분위기가 변하면서 이선준 선생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게 됐다.

이런 과정을 겪은 이근배 회장은 분단의 역사에서 이어져온 '이념의 문제'는 물론이고 '친일의 문제'에 있어서도 문학은 한걸음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실제 '친일시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국가가 의병의 날을 제정했다고 글을 써달란 청탁이 와 쓴 적이 있는데, 왜 '친일시인'한테 부탁했냐고 항의가 왔다"며 "그 이유는 내가 '미당 서정주의 제자'라서 그렇다더라"라고 했다. 서정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이 회장이 나온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의 교수였다.

또한 그는 "파주에서 6·25 참전용사비를 세운다고 비문을 써달라고 해서 썼는데, 백선엽 장군의 이야기를 적었다고 '친일 찬양'이라고 하더라"라며 "백 장군이 6·25 때 잘 싸운 대표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쓴 것일 뿐, 친일행위를 한 줄도 몰랐다"고 했다. 이어 "독립운동, 독도 만세 등의 시도 썼는데 그건 상관 없단다"며 "우리 문단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이 회장은 "T.S. 엘리엇은 '위대한 시인은 자기 자신을 쓰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를 쓴다'고 했다"며 "우리 문학은 일제강점, 분단 등에서 생기는 간극을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적 역사와 문화와 생활을 반영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위대한 문학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 문학은 남북 이념 대립이 해결되지 않는 한 반신불수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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