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아세안 사무국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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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아시아-69] 지난해 이맘때 일로 기억한다. 한국 중소기업·대학 관계자 30여 명과 함께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아세안 사무국(ASEAN Secretariat)을 방문했다. 동티모르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10개 나라가 소속된 지역협력기구인 아세안 본부 격인 사무국을 견학한 흔치 않은 시간이었다. 사무국의 아세안경제공동체(AEC(ASEAN Economic Community) 부서 직원들에게 아세안 경제 현황과 동향, 한국과 아세안 간 경제 관계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화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으로 옮겨갔다. 베트남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젊은 직원은 "7년여에 걸친 의제 조율 끝에 아세안 회원국들이 포함된 참여 대상 16개국 중 인도를 뺀 15개국이 이달 초 RCEP 협정문에 합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1년여가 흐른 올해 11월15일 코로나19 사태 속에 의장국인 베트남 주재로 온라인으로 열린 '제37차 아세안 정상회의(The 37th ASEAN Summit)'에서 마침내 RCEP가 최종 타결됐다.
최근 국내외 언론에 집중 소개된 것처럼 RCE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는 '아세안+5' FTA(자유무역협정)로 불린다. 아세안 10개 나라(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와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비아세안 5개국이 참여해 탄생시킨 세계 최대 규모 FTA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와중에 지구촌 인구, 명목 GDP(국내총생산)에서 각각 30%에 육박하는 거대 경제블록이 출현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남다른 이목을 끌었다. 당장 '다자주의 회복'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 RCEP의 대항마로 일컬어지는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가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RCEP 탄생 과정에서 드러난 아세안의 의의와 중요성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RCEP 핵심 당사자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초대형 FTA를 출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아세안의 위상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그 중심에는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가 자리 잡고 있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아세안 중심성은 아세안의 헌법에 비유되는 아세안 헌장에 등장하는 정치경제학적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아세안이 주도적으로 아시아 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제 질서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아세안은 비아세안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역내 다자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는 원동력으로서 아세안 중심성을 강조해 왔다.
아세안 사무국 직원들의 브리핑을 듣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대학 관계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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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는 아세안 중심성이 구현된 사례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우선 꼽는다. 아세안 회원국들이 순번제로 매년 하반기 개최하는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진행되는 일련의 국제회의들이 아세안의 존재감을 대변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세안 리더들과 나란히 한국과 일본, 중국 수반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세안+3 정상회의', 남북한이 유일하게 동시에 참여하는 안보협의체인 '아세안 지역 안보 포럼(ARF·ASEAN Regional Forum)'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RCEP에 최종 서명한 15개 국가가 모두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2005년 닻을 올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East Asia Summit)' 원년 멤버라는 사실은 아세안 중심성이 구호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RCEP 최종 타결 직후 청와대가 "시작부터 끝까지 협상을 주도한 것은 아세안"이라며 "인도네시아가 8년간 의장국을 맡았고, 모든 면에서 아세안 중심성이 원칙이었다"고 밝힌 점도 맥락을 같이한다.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입김을 키워 가는 아세안에 한걸음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정환 YTeams 파트너 / '수제맥주에서 스타트업까지 동남아를 찾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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