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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비즈 칼럼] 공익위원회 출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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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가 ‘시민공익위원회(가칭)’ 설치다. 지난달 법무부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공익위원회 논의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현행 비영리 공익법인의 관리 체계는 ‘주무관청제’다. 민간이 비영리 법인을 설립해 공익활동을 하려면 목적 사업에 맞는 담당 관청에서 설립 허가와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정부 부처별로 기부금의 행정 처리가 다르고 결산 보고 양식도 제각각이다. 성격이 다른 복수의 사업에 대해선 복수의 법인을 설립하고 중복 보고를 해야 한다. 이런 비효율에 대해 단체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에 대해 비영리 단체들 사이에선 대체로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공익위원회는 부처별로 분산된 비영리 공익법인을 한 곳에서 관리하는 ‘총괄기구’로서 역할이 핵심이다. 그런데 법무부 개정안에는 주무관청제를 그대로 두고 있다. 법인격의 취득과 취소는 주무관청이, 공익성의 인정과 취소는 공익위원회가, 세제 관련 규제는 국세청이 관할한다. 공익위원회의 본래 취지인 일원화와 맞지 않는다. 현행 제도에서 ‘옥상옥’인 행정기구가 하나 더 생길 뿐이다.

공익위원회는 민간 공익활동에 관한 총괄기구로서 감독 및 지원에 관한 상당한 권한을 갖는다. 법무부 법안으로는 이런 기구가 추구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와 덕목인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공익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임위원은 위원장의 추천과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공익위원회를 정치적 독립성을 가진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사한 방식의 정부기관으로 설립할 필요가 있다.

공익위원회의 적용대상을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으로 한정하는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모금단체는 대부분 사회복지법인이다. 이런 단체의 모금액은 전체의 약 50%를 차지한다. 이런 현실에서 사회복지법인을 제외한다면 반쪽짜리 위원회가 될 것이 자명하다. 기부 정책의 일관성 부재와 기부금품 감독의 이중 잣대 등도 문제다. 현장에선 업무의 비효율과 혼선만 초래될 것이다.

공익위원회 설립에 대해 정부 부처와 비영리 공익법인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공익활동을 인정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은다면 공익위원회 설립이 앞당겨질 것이다.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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