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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유명희 "RCEP 타결로 아세안시장 활짝 열려…수출품목 90%이상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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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김대영 경제부장

매일경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9일 서울 통상교섭본부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RCEP가 최종 타결되기까지의 협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RCEP 타결로 우리나라가 1만2000개 품목을 수출할 시장이 더욱 넓어졌다고 소개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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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올 한 해 공무원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자가격리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최종 타결을 위해 통상 최전선인 유럽과 미국을 쉴 틈 없이 오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타결된 RCEP에는 수석대표로 참여해 본부장으로서 최종 합의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19일 통상교섭본부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휴대폰에는 지금도 10여 개의 해외 메신저 앱이 깔려 있었다. 유 본부장은 타결이 끝난 요즘도 RCEP 각국 통상장관들과 각국의 메신저로 메시지를 수시로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RCEP 의의는.

▷코로나19 이후로 각국이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90% 이상에서 새로운 상품 시장이 열린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석유 철강 화학 등 주력 사업이 개방됐다는 점이 우리에겐 가장 큰 이득이다. 화물자동차의 경우엔 40% 수준의 관세가 0%로 소멸될 예정이다. 또 대기업 위주 산업군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섬유, 기계, 위생제품들까지도 관세가 사라진다. 그만큼 효과가 크다. 농산품도 무조건 손해 보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아니다. RCEP 회원국들 중에선 한국산 딸기가 40%에 가까운 관세를 부과받으면서도 인기 품목으로 팔리는 곳도 있다. 이런 시장에선 더 좋은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다.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FTA라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빈국부터 선진국까지 포함된 협정이라 몸집이 무척 큰 FTA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10여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관세가 철폐돼 나가기 때문에 느리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관세 철폐가 확정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각국이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할 것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가 즉시 창출될 것이다.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오해다. RCEP 협정문에는 분쟁 발생 시를 위한 분쟁 해결 챕터 조항이 있다. 위반국이 생기면 내부적으로 자체 패널이 설치된다. 이 패널의 협의 결과에 따라 위반국에 의무 이행과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RCEP 추진하면서 힘들었던 때는.

▷협상 개시 후 3년 차인 2015년께 시장 개방 협상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었을 때다. 마지막 일주일 일정에서 전체회의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서 각국 수석대표들만 모여 끝장 토론을 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서로 고성도 오가며 잠도 못 자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 고통보다도 힘들었던 건 돌발 상황에서 국익에 부합하는지 홀로 판단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이처럼 관세 벽을 허문다는 건 웃으면서 서로 악수하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지난한 진통을 겪었다.

―일본과의 첫 FTA다.

▷일본과는 첫걸음이니만큼 우리 산업계에서 민감해하는 소재·부품·장비 품목에 대해서는 양허 제외로 하며 우선 보호했다.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 RCEP 이후 FTA 목표로는 앞서 빠진 나머지 퍼즐들을 채워 보려 한다. 우선 캄보디아와도 협상 중이다. 아직 개발도상국이지만 우리와 무역 교류가 점점 늘고 있어 신속하게 추진하고 효과를 얻을 생각이다.

―만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요구한다면.

▷RCEP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다자무역을 통해 성장해온 국가이니 검토하지 못할 이유도 당연히 없고 RCEP와 중복 가입해도 대치되지 않는다. RCEP 체결 이후 현시점까지 중국으로부터 CPTPP와 관련한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 이미 호주 등 상당수 RCEP 국가가 CPTPP에 동시 가입한 상황이라서 딱히 한국만 별개로 봐야 할 명분이 떨어진다.

바이든 당선으로 당장은 미국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바이든 역시 제조업 강화와 생산라인 국내 복귀 같은 미국 우선주의를 유지하고 중국 견제 역시 이어갈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기존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차이점이라면 노동·환경이 새로운 통상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다자주의 규범을 강조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발맞춰 다자주의로 회귀를 준비해야 한다.

―대중국 통상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을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까.

▷어렵지만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 파트너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 경제 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을 수 있는 부문은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그들에 제공해 나가야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도시화 분야다. 중국도 수도 중심에서 탈피해 각 지역을 도시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시행착오하면서 발전을 이룩한 분야다. 발전 단계에 따라 필요한 수요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이 서비스와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 분야도 그중 하나다. 성마다 지금 고령인구가 엄청나게 늘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선진형 실버케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WTO 총장 선거는 어떤 상황인가.

▷선출 절차의 마지막은 투표가 아니라 단일 후보에 대한 컨센서스를 이루는 각국의 개별 소통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뭐라고 결론을 단정 짓긴 어렵다. 실제 제네바는 5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돼 있어 의사 진행을 못하고 있다. 주요국과 미국 간 여러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통상 비전은.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요국 이외의 통상정책 다변화다. 신남방·신북방을 통해 보여주었듯이 다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외교적 돌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쉴 땐 책보며 집콕…고3 딸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죠

'유명희 리더십'의 생명은
산업·통상 전문성과 자신감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헨리 키신저 책 꺼내읽기도


매일경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로도 꼽는 분이 많다. 꿈꾸는 리더십이 있다면.

▷평소 생각해왔던 벤치마킹 대상은 없다. 누구도 나와 같은 길을 걸어본 적은 없다고 믿고 행동하는 편이다. 내가 만약 리더십이 있다면 이를 그냥 '여성 리더십'으로 규정짓고 싶진 않고 '나(유명희)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리더십의 가장 큰 요건은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고3인 딸아이한테 엄마가 너보다도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웃음). 전자책 단말기에 수백 권씩 책을 넣어놓고 짬짬이 본다.

―어떤 전문성을 추구하나.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산업에 대한 이해다. 여기서 산업이라 함은 단순 제조업뿐이 아니다. 농업 분야에서부터 요즘 대두되고 있는 디지털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통상 협상테이블에서 어떤 게 국익에 우선하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둘째는 세계 통상 역사에 대한 이해다. 한국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들까지 꼼꼼하게 챙겨 읽으며 각국의 시각을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현상뿐 아니라 통상 관련 역사도 공부하려고 한다. 우리가 협상테이블에서 만나는 선진국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적 다자주의 네트워크를 건설해본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다. 그들이 과거에 어떻게 대처해 나갔는지 공부하면 현재의 협상테이블에서 그들이 어떤 카드를 꺼내놓을지 예측이 가능해진다.

―효율성은 어떻게 추구하나.

▷통상본부장이 되고 나서 가장 강조한 게 효율성이다. 주말이나 바쁠 때는 회의하거나 보고받을 때 대면 회의보다 언택트 콘퍼런스콜을 선호한다. 개인적 삶도 지켜 나가고 싶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고3 딸을 두고 세계무역기구(WTO) 선거전을 치르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까지 챙기려면 내 하루의 시간을 1분 1초라도 더 효율적으로 쓰지 않으면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효율성 문화를 우리 조직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바라고 독려한다.

―휴식시간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통상본부장으로서 역설적인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한다. 오히려 쉬는 날은 집에 가만히 앉아 책을 보는 것을 즐긴다.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나중엔 그런 여유를 충분히 가져보고 싶다. 한때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외교계 거두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의 'Diplomacy(외교)'를 반복적으로 읽곤 했다. 이분이 경험한 역사를 보면서 내가 지금 겪는 어려움은 아주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 위안을 받곤 했다. 토요일 오전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인데, 이때는 늦잠 자고 커피 한잔 마시며 업무와 관련 없는 책을 읽으면서 쉰다.

▶▶She is…

△1967년 울산 △서울 정신여고 △1990년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1991년 행시 35회 △1995년 통상산업부 세계무역기구담당관실 사무관 △1998년 외교통상부 북미통상과 사무관 △2010년 아·태경제협력체 사무국 파견 참사관 △2014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외신대변인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 국장 △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정리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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