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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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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정교한 로봇과 노련한 의사, 인공관절 삽입 '오차 제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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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CT로 맞춤형 수술계획

모의수술 거쳐 정확도 극대화

의사와 로봇 함께 뼈 정밀 절삭

병원탐방 강북힘찬병원

중앙일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3차원 CT와 로봇 팔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가 높고 환자 회복이 빠르다. 강북힘찬병원 홍세정 원장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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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은 65세 이상에서 10명 중 3명이 앓아 ‘고령층의 국민병’으로 불린다. 무릎관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연골이 닳아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약물·운동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뼈가 드러나는 말기에는 손상된 연골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을 선뜻 결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피부를 절개하고 뼈와 근육, 인대를 광범위하게 손보는 과정이 고령의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특히 오랜 기간 만성질환을 앓았거나 체력이 약한 환자는 출혈·부기 등 후유증으로 인해 삶의 질마저 떨어질 수 있다.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수술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도 환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퇴행성 관절염 수술 업그레이드



강북힘찬병원이 최근 마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하 마코 로봇 수술)을 도입한 배경이다. 앞서 로봇 수술을 도입한 목동·부평 힘찬병원과 함께 국내 퇴행성 관절염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다는 목표다. 이광원(정형외과 전문의) 병원장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서 환자 만족도는 1~2㎜의 미세한 오차에 의해 좌우된다”며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마코 로봇 수술을 통해 환자 중심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코 로봇 수술은 우선 진단부터 차별화된다. 일반 인공관절 수술은 의사가 수술 중에 직접 다리 정렬 축을 맞추지만, 마코 로봇 수술에서는 사전에 컴퓨터 프로그램이 3차원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해 환자의 관절 크기와 두께 등 고유의 해부학적 구조를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의사가 뼈 절삭 범위와 인공관절의 위치·각도 등을 결정하는 ‘모의수술’을 거쳐 손상 범위를 최소화하는 한편 정확도는 극대화한다. 홍세정(정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종전에는 다리 정렬을 맞추기 위해 허벅지 뼈에 길이가 30~50㎝인 정렬 가이드(IM Rod)를 삽입해야 했지만, 마코 로봇 수술에서는 이런 과정을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수술’로 대체한다”며 “의료진의 경험이나 컨디션에 따라 진단 결과가 달라지지 않고 뼈를 뚫지 않아 출혈량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술도 의사와 로봇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의사가 로봇 팔을 잡고 사전에 계획한 대로 과일 껍질을 깎듯 뼈를 정밀하게 절삭한다. 뼈를 깎을 때 정해진 수술 범위를 벗어나면 장비가 멈추는 ‘햅틱 기술’이 탑재돼 불필요한 조직 손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뼈 깎는 범위 벗어나면 장비 자동 정지



수술 시 다리의 정렬 상태나 무릎 간격 등 핵심 정보는 뼈 바깥쪽에 부착한 ‘송수신기(안테나)’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사에게 전달된다. 홍 원장은 “수치화된 정보를 눈으로 보고, 촉감으로 근육·인대 등 주변 조직의 변화를 이중으로 체크하는 만큼 훨씬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며 “로봇의 팔을 이용하면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손 떨림이 발생하지 않아 수술 오차가 0.5㎜ 이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마코 로봇 수술의 가치는 수많은 임상 연구로 입증됐다. 영국 정형외과학회지(2018년)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마코 로봇 수술은 하체 기능을 회복하기까지의 기간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보다 11시간 짧았고, 퇴원 시간도 28시간 빨랐다. 뼈를 비롯해 인대·힘줄 등 연부 조직을 최대한 보존한 결과다.

수술 후 삶의 질 향상에도 로봇 수술의 이점이 크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무릎관절 수술 저널’에는 인공관절 수술 전후 환자의 무릎 운동 기능을 비교한 연구가 실렸다. 이에 따르면 로봇 수술을 받은 그룹은 걷거나 서 있을 때의 운동 기능이 수술 전보다 6점 향상돼 일반 수술을 받은 그룹(4.8점 향상)보다 더 높았다. 방향 전환이나 계단 오르내리기 등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로봇 수술과 일반 수술이 각각 11.4점, 10.1점 향상돼 차이를 보였다. 쪼그리고 앉기, 무릎 꿇기, 달리기 등 격렬한 활동도 로봇(6.2점 향상)이 일반(4.6점 향상)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그룹보다 훨씬 잘 수행했다.

마코 로봇은 무릎 전체·부분 인공관절 수술과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인공관절 수술 로봇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힘찬병원을 비롯해 대학병원·종합병원 등 다수의 의료기관이 도입·활용하고 있다. 마코 로봇을 개발한 한국스트라이커 심현우 대표는 “마코 로봇 수술은 미국 하버드대 병원·메이요클리닉 등 전 세계 26개국의 의료기관에서 약 30만 건 이상 시행된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이라며 “한국 의료진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마코 로봇이라는 첨단 기술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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