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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 맞춤형 지원한다더니…고소득층만 더 퍼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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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어려운 계층에게 맞춤형으로 주는 게 맞다.”

지난 8월 2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은 반대로 실현됐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고소득층 소득을 늘리는 효과만 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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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2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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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부터 9월까지(3분기) 가구당 월평균 전체 소득은 530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일해서 번 돈(근로소득)은 1.1%, 사업해서 번 돈(사업소득)은 1.0% 줄었지만 이전소득이 17.1% 급증한 영향이다.



재난지원금 효과에 공적이전소득 최대폭↑



이전소득은 공적연금, 기초연금, 가구간 주고 받는 돈(가구간이전)을 아우른다. 이전소득 가운데 정부 지원금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이 전년 대비 29.5% 급증하면서 전체 소득을 하락을 막았다. 3분기를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덕분이다.

정부는 2차 지원금은 전국민에게 보편 지급했던 1차 때와 달리 피해 계층을 위주로 맞춤형 지원한다고 밝혔다.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필요한 곳에 돈을 쓰겠다는 취지였다. 실제 4차 추경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매출 감소 소상공인에게 새희망자금(3조9000억원) ▶중학교 이하 아동 돌봄 지원(1조8000억원) ▶실직자 및 특별고용 고용패키지(1조5000억원) ▶저소득층 긴급생계지원(4000억원) ▶방역 지원(2000억원)에 7조8000억원이 들어갔다. 소상공인ㆍ아동ㆍ저소득층을 선별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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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이전소득?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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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이날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분석’ 자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시장 소득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추경 신속 집행 등 정부 정책 노력으로 시장 소득 감소를 상당 부분 보완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는 정반대 결과를 보여줬다. 지원금 효과가 오히려 고소득층에게 더 크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맞춤형 지원이 오히려 고소득층에 효과



3분기 공적이전소득이 소득 구간별로 1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늘었는지 살펴봤더니 소득 최하위 20%인 1분위가 15.8%로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소득 2분위(27.5%)ㆍ3분위(17.3%)보다도 고소득인 4분위(63.5%)ㆍ5분위(40.3%)의 상승 폭이 높게 나타났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초등 이하 가구를 보면 1분위(소득 하위 20%)보다 5분위(상위 20%) 비중이 3배 이상 높다”며 “아동 돌봄지원금 영향으로 공적이전소득 상승 폭에서 4ㆍ5분위 비중이 컸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 가구는 1인 가구나 노령 인구 비중이 높다 보니 아동돌봄 같은 추가 지원금을 덜 받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차 재난지원금에 포함된 소상공인 지원금도 소득이 아닌 매출 감소를 기준으로 지급했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효과가 떨어졌다. 기존 매출이 높은 자영업자일수록 매출 감소 폭도 커 지원금을 더 많이 받아가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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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상위?20%가?하위?20%의?4.88배...불평등?심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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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소득 격차도 더 커졌다. 쓰고 저축하고 남은 돈(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올 3분기 소득 최상위층(5분위)과 최하위층(1분위) 소득 격차는 4.88배였다. 지난해 3분기(4.66배)에 비해 0.22배 더 벌어졌다. 소득 격차가 커진 것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근로소득 감소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 고소득층에 일부 몰린 것도 소득 격차를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득별 지원 체계 정비해야”



실제 올 3분기를 기준으로 가구가 벌어들인 돈(시장소득)만 따졌을 때 소득 1분위와 5분위의 격차(배율)는 8.24배에 달했다. 정부 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ㆍ지출까지 더해지며 소득 격차(처분가능소득 기준)는 4.88배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 조정 폭(-3.36배)은 2분기(-4.19배)에 덜했다. 정부가 돈을 거둬가거나(공적이전지출) 지원해(공적이전소득) 소득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3분기 지급한 2차 재난지원금 때문에 줄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효과적으로 정부 지원금이 갈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맞춤형 지원을 하더라도 정치적 논의 과정에서 표가 더 많이 걸려 있는 쪽으로 지원 방향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수 계층에 보편 지원하는 게 정치적 이해관계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재정 상황, 지원 효과를 고려하면 취약 계층을 선별해 지원하는 게 맞다”면서 “지원 체계를 다시 한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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