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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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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의왕후 한글 어필 '만석군전·곽자의전' 보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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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 앞둔 두 번째 왕후 글씨…필사로 가문의 평안과 융성함 기원

"한글 흘림체 범본이라 해도 좋을 만큼 정제되고 수준 높은 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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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왕비 효의왕후 김씨의 한글 글씨 '만석군전·곽자의전'이 보물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곽자의전'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8일 전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만석군전·곽자의전'은 효의왕후 김씨가 정조 18년(1794) 한서(漢書)의 '만석군석분(萬石君石奮)'과 신당서(新唐書)의 '곽자의열전(郭子儀列傳)'을 필사한 한글 어필(御筆·왕과 왕비의 글씨)이다. 번역은 조카 김종선에게 부탁했다.


'만석군전'은 한나라 경제(景帝) 때 벼슬한 석분(石糞)의 일대기다. 평소 사람들을 공격하고 예의를 지켰으며, 자식들을 잘 교육해 아들 네 명이 모두 높은 관직에 올랐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곽자의전'은 당나라 무장 곽자의(郭子儀)의 일대기다. 안녹산 난을 진압하고 토번(티베트)을 치는 데 공을 세워 분양군왕(汾陽郡王)에 봉해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곽자의는 조선에 곽분양(郭汾陽)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노년에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린 인물을 상징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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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의왕후는 발문에 두 자료를 필사한 배경에 대해 "충성스럽고 질박하며 도타움(충박질후·忠樸質厚)은 만석군을 배우고, 근신하고 물러나며 사양함(근신퇴양·謹愼退讓)은 곽자의와 같으니, 우리 가문에 대대손손 귀감(본보기)으로 삼고자 한다"고 적었다. 문화재청 측은 "가문의 평안과 융성함을 기원한 왕후와 친정 식구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했다.


어필은 '곤전어필(坤殿御筆)'이라 해서(楷書·글씨를 흘려 쓰지 아니하고 정자로 바르게 쓰는 한자 서체)로 쓰인 제목,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필사한 본문, 효의왕후 발문, 왕후의 사촌오빠 김기후(金基厚)의 발문 등으로 구성됐다. '전가보장(傳家寶藏·가문에 전해 소중하게 간직함)', '자손기영보장(子孫其永寶藏·자손들이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함)' 등의 문구를 새긴 여닫이 뚜껑의 오동나무 함에 보관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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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 글씨가 보물로 지정되기는 2010년 '인목왕후 어필 칠언시(보물 제1627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문화재청 측은 "왕족과 사대부들 사이에서 한글 필사가 유행한 18세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한글 흘림체의 범본(範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제되고 수준 높은 서풍(書風)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왕후가 역사서 내용을 필사하고 발문을 남긴 사례가 극히 드물어 희소성이 크다"면서 "제작 시기와 배경, 서예가 등이 분명해 조선 한글서예사의 기준작으로 삼을만하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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