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대형 불화·사찰 목판도 보물 지정 예고
조선왕후 한글 글씨 등 보물 된다 |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가문의 평안과 융성을 기원하며 쓴 정조 비 효의왕후(1753∼1821)의 한글 글씨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효의왕후 김씨의 한글 글씨를 비롯해 조선 시대 대형불화, 사찰 목판 등 5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효의왕후 글씨 관련 유물의 보물 지정예고 명칭은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곽자의전'이다. 효의왕후가 한글로 쓴 '만석군전'과 '곽자의전' 본문, 효의왕후의 발문과 왕후의 사촌오빠 김기후의 발문이 담긴 '곤전어필(坤殿御筆)'이란 제목의 책과 이를 보관한 오동나무 함으로 구성된다.
조선왕후 한글 글씨 등 보물 된다 |
효의왕후는 조카 김종선에게 중국 역사서인 한서(漢書)의 '만석군석분'과 당나라 역사책인 신당서(新唐書)의 '곽자의열전'을 한글로 번역하게 한 후 그 내용을 1794년 필사했다.
'만석군전'은 한나라 때 석분이란 인물이 벼슬을 하면서도 사람들을 공경하고 예의를 지켰고, 자식을 잘 교육해 아들 넷이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녹봉이 만석에 이를 정도로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내용이다. '곽자의전'은 안녹산의 난을 진압하고 토번(吐蕃, 오늘날 티베트)을 치는 데 공을 세운 당나라 장군 곽자의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곽자의는 노년에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린 인물의 상징이다.
가문 평안 기원하며 쓴 조선왕후 한글 글씨, 보물 된다 |
효의왕후는 발문에서 '충성스럽고 질박하며 도타움은 만석군을 배우고, 근신하고 물러나며 사양함은 곽자의와 같으니, 우리 가문에 대대손손 귀감으로 삼고자 한 것'이라고 필사 이유를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책은 가문의 평안과 융성함을 기원한 왕후와 친정 식구들의 염원이 담긴 자료"라며 효의왕후 글씨가 보물로 지정되면 2010년 '인목왕후 어필 칠언시'(보물 제1627호) 이후 왕후 글씨로는 두 번째로 보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왕족과 사대부 사이에서 한글 필사가 유행하던 18세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이자 정제되고 수준 높은 글씨체를 보여준다. 또 왕후가 역사서의 내용을 필사하고 발문을 남긴 사례가 극히 드물고, 당시 왕실 한글 서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국문학, 서예사, 역사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함에는 '전가보장'(傳家寶藏, 가문에 전해 소중하게 간직함), '자손기영보장'(子孫其永寶藏, 자손들이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함)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어 가문 대대로 전래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대형 불화' 보물 지정 예고 |
이번에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경남 '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및 함'은 1808년 화승 18명이 참여해 제작한 것으로, 높이 10m 이상의 대형불화다. 석가여래삼존과 석가의 제자인 아난존자와 가섭존자, 부처 6존이 그려져 있다. 화기(畵記)에 '대영산회'(大靈山會)가 적혀 있어 그림이 영산회 장면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또 옻칠한 괘불함은 다양한 모양의 장석과 철물 장식이 잘 보존돼 있다.
문화재청은 "전반적으로 18세기 화풍을 계승하고 있는 가운데 색감, 비례, 인물 표현 등은 19세기 전반기 화풍이어서 불교회화사 연구에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조선시대 책·대형 불화·사찰 목판 보물 지정 예고 |
우선 '선원제전집도서 목판'은 지리산 신흥사 판본(1579)과 순천 송광사 판본을 바탕으로 1603년 승려 약 115명이 참여해 총 22판으로 제작됐다. 전해지는 동종 목판 중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르고 희소성, 역사·학술·인쇄사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조선시대 책·대형 불화·사찰 목판 보물 지정 예고 |
'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은 고려 승려 지눌(1158∼1210)이 지은 불경인 원돈성불론과 간화결의론을 1604년 지리산 능인암에서 판각해 쌍계사로 옮긴 목판으로 총 11판이 모두 갖춰져 있다. 병자호란(1636) 이전에 판각된 관련 경전으로는 유일하게 전해지는 목판이다.
조선시대 책·대형 불화·사찰 목판 보물 지정 예고 |
마지막으로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은 1455년에 주조한 금속활자인 을해자(乙亥字)로 간행한 판본을 바탕으로 1611년 능인암에서 판각돼 쌍계사로 옮겨진 불경 목판으로, 총 335판의 완질이 전래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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