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전개입 어려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의심신고 있어도 가해자-피해자 강제분리 못해
폭력행위 재발해야 '임시조치' 가능
스토킹처벌법은 20년째 국회에
경찰 적극 개입 위해선 법적 근거 및 권한 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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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여성과 아이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대표적 범죄인 스토킹ㆍ아동학대ㆍ가정폭력은 경찰의 사전 개입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심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실제 범죄 행위나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면 가ㆍ피해자를 분리할 법적 권한이 경찰에 없기 때문이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5468건으로 2018년 2772건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1~7월 신고 건수도 2756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만6417건에서 4만1389건,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4만1905건에서 4만9873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매번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최근 스토킹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한 유명 뮤지컬 배우 배다해(37)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변호사와 증거를 모으는 동안 신변보호 요청을 하고 신고를 해도 스토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절망했던 적도 많다"고 적었다.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지난 13일 결국 숨진 서울 양천구 생후 16개월 여아 사망 사건에서도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졌으나,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해 번번이 부모에게 아이를 돌려보내야 했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2회 들어오고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있으면 무조건 분리 조치하도록 일선 경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사진=아시아경제DB |
그러나 이 같은 일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공권력 개입이 이뤄지는 현실은 경찰의 권한 부재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강화와 경찰의 사전 개입을 명문화하는 일명 '스토킹처벌법'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후 20대 국회까지 14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 6개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도 마찬가지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임시조치' 요건을 '폭력행위 재발 시'로 규정한다. 임시조치 또한 경찰이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에 청구해 최종적으로 법원이 결정하는 구조라 피해자의 신속한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적극적ㆍ선제적 경찰 활동을 해도 불이익이 없도록 법으로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현장 경찰관들이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공은 국회로 돌아간다. 임시조치 요건을 '재발 우려'에서 '발생 우려'로 바꾸고, 아동학대의 경우 학대 의심 신고만으로 경찰이 출입해 조사할 권한을 부여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토킹,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에 경찰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려면 현재 미비한 법적 근거와 권한 등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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