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이슈 물가와 GDP

환율하락, 수출개선 상쇄하나…10월 수출물가 2년만 최대폭↓(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은행 '2020년 10월 수출입물가지수'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딛고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계속되는 달러 약세가 수출 회복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달러로 받는 경우가 많은데,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원화로 환산하면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92.51(2015=100)로 전달보다 2.6% 하락했다. 3개월째 내림세로 2018년 12월(-2.8%)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4% 내리며 17개월째 떨어졌다. 수출물가지수는 수출 품목의 가격 변동을 파악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측정하는 지표로, 수출 계약가격을 원화로 환산해 작성한다. 환율 효과를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수출물가가 떨어진 주된 요인은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다. 반도체 가격 등 절대적 수출물가가 내린 것도 있지만 환율을 반영했을 때 가격이 더 떨어진 것이다. 지난 9월 1178.80원이던 원ㆍ달러 평균환율은 지난달 1144.68원으로 2.9% 하락했다.


이달에도 원ㆍ달러 환율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물가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환구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이달 10일까지 평균환율ㆍ유가가 모두 하락세를 지속해 이는 수출물가가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14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1%나 늘었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액도 12.1% 증가했다. 이처럼 달러 기준 수출액이 늘었다 하더라도 환율을 반영하면 수출기업이 원화로 번 돈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일수록 환율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대기업은 해외법인이 있어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 뒤 제품을 팔 수 있고, 수출대금을 환전하지 않고 달러로 보유할 여력이 있다. 지난 9월 기준 무통관수출(해외 생산기지에서 한국을 거치지 않고 수출) 비중은 약 14% 정도다. 환율 변동에 따르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도 대기업에서 더 활발하다. 중소기업들은 당장 원화 확보가 급한 경우가 많아 환율 손실을 보고서라도 수출대금을 환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최근 한국기업들의 수출품목이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하지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강 팀장은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TVㆍ스마트폰을 가격이 싸서 사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원화가 강세를 보여도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덜 사는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예전엔 한국의 경쟁기업이 일본기업들이었다면, 요즘은 중국기업들이라는 점도 원화강세가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닌 이유다.


엔화와 원화가치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만 원화와 위안화 가치는 동조화 양상을 보여서다. 정부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파르게 나타나는 것은 유의하며 보고 있다. 예상 범위 이상의 환율이 떨어지면 기업들의 환헤지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5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변동성이 커지면 시장 안정 조치를 적시에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