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의 문명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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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문명은 장벽 안에 존재했다. 고대사학자 데이비드 프라이 미국 이스턴 코네티컷 주립 대학 교수는 장벽의 의미를 이렇게 압축했다.
신간 '장벽의 문화사'는 기원전 2500년 고대 서아시아부터 중국의 만리장서 미국·멕시코 장벽까지를 다룬다.
기원전 인류는 거주지 주변에 방어물을 쌓아 자신들을 보호했다. 이런 방식은 아나톨리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발칸 그리고 그 너머로 확산됐다.
농부들은 어디에 정착하든 그들의 마을을 요새화했다. 그들은 터를 돋우고 집 둘레에 도랑을 파서 봉쇄했다. 공동체 전체가 마을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열중했다.
선사시대 트란실바니아 연구에 따르면 마을 주변의 호를 파기 위해 1만4000세제곱미터에서 1만5000세제곱미터 사이의 흙을 운반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성인 남성 60명이 40일 동안 노동해야 하는 분량이다.
호를 판 다음에는 주변에 돌을 쌓아 두르거나 울타리를 만들어 보강했으며 주변을 관찰하기 위해 망루를 추가했다. 이런 것들이 장벽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였다.
다음에는 호 주변에 돌을 쌓아 두르거나 울타리를 만들어 보강했다. 공동체가 충분히 오래 유지되면 그들은 측면을 방어하기 위한 망루를 추가했다. 이런 것들이 장벽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였다.
장벽 안에 사는 인간은 저마다 다른 문명의 방향을 택했다. 저자에 따르면 폐쇄적인 자아도취를 택하거나 적극적 침략을 택하는 극단적 선택으로 나뉜다.
자아도취의 방향은 과학, 수학, 연극, 미술 등을 발전시키는 문명의 길로 향했지만 침략은 파멸을 낳았다. 침략을 택한 문명에서는 남성은 전사로 살아남아야 했고 여성은 모든 노동을 책임져야 했다.
만리장성은 엄밀히 따지면 진시황제만의 작품이 아니다. 시황제는 이미 존재했던 장성들을 연결했을 뿐이다.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장벽 건설 현황을 살펴보면 새로운 구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기존의 장벽을 보수하고 대체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
저자는 베를린 장벽을 거론했다. 이 장벽은 한때 동독 영토 한가운데에 떠 있는 자본주의 진영의 섬을 상징했다. 베를린 장벽이 1989년 무너지자 콘크리트 파편은 기념품에서 흉물로 전락했다.
장벽은 놀랍게도 21세기에 들어 부활하고 있다. 인도,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튀니지, 리비아, 에콰도르 등에서 새로운 장벽이 솟아나고 있다. 난민의 대량 유입, 테러, 전염병, 마약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장벽의 문명사/ 데이비드 프라이 지음/ 김지혜 옮김/ 민음사/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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