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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눈물로 증언한 이용수 “나는 조선의 여자아이였다… 위안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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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 남지 않았다…일본은 할머니들이 다 죽기만을 기다려”

세계일보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 출석해 진술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증언을 위해 11일 법정에 섰다. 이 할머니는 “14살에 조선의 아이로 끌려가 대한민국의 노인이 돼 이 자리에 왔다”며 재판부의 조속한 판결과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 정부에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 할머니는 마지막 증인으로 자신의 피해를 밝히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 할머니는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제가 30년 동안 위안부(피해자)로 불려왔는데, 일본이 아직까지 거짓말만 하고, 우리나라 또한 일본과 같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데 하지 않아 이제는 법에다가 호소하기 위해 이렇게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수차례, 나라 대 나라로 해결해주리라 믿었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 할머니는 대만 위안소에서 겪었던 피해들을 차분히 기억해냈다. 그는 당시 한 언니가 ‘너는 너무 어리다. 내가 감싸줄게’하고 다락에 숨겨줬는데 군인들이 와서 칼로 찌르고 자신을 데려갔다고 했다. 이 할머니가 “살려 달라”고 했지만 군인들은 “조센징 죽인다”고 하면서 손을 여러번 결박했다. 이 할머니는 “잘못했다고 빌었는데도 손을 한번 감아돌리는데 (제가)‘엄마’라고 부른 기억이 난다”며 “그 소리가 (아직도)머리에서 나 신경을 쓰면 저려서 진정제를 먹고 살고 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재차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법정에서 “4년 전에 소송을 냈는데 한 게 뭐가 있냐. 왜 해결을 못 해주는 것이냐”라며 “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기다려줍니까 해가 기다려 줍니까. 나이 90이 넘도록 판사님 앞에서 호소해야 합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일본 측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3일을 선고기일로 정했다.

2016년 12월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 21명이 제기한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일본 정부가 소장을 송달받지 않아 수년간 지연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3일에야 첫 변론기일을 열 수 있었고 소송을 제기한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1명이 사망해 현재 4명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할머니는 법정을 떠나며 “일본은 할머니들이 다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사죄하고 배상하지 않으면 영원히 전범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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