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내부통제 기준 모호…금감원 관리 소홀”
해당 증권사 “향후 절차 대비하겠다” 신중한 반응
향후 소송전 가능성 부각…CEO 인력 공백 우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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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내부통제 모호한 기준”…금감원 책임론도 거세
금감원은 지난 10일 열린 3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윤경은 전 KB증권 각자대표·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등 3명에겐 ‘직무정지’,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는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건의하기로 확정했다. 또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주의적 경고’로 수위를 결정했다. 박정림 대표와 김병철 전 대표 등은 원안보다 한 단계씩 경감이 이뤄졌다.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해당 CEO는 연임이 제한되고 3~5년 간 금융권에 취업도 할 수 없다. 직무정지는 향후 4년간,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받는다.
금감원 측은 “심의대상이 대규모 투자자 피해 및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요 사안인 점 등을 감안했다”며 “증권사 측 관계자들(법률대리인 포함)과 검사국의 진술 설명을 충분히 청취, 제반 사실관계 및 입증자료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매우 신중하고 심도있는 심의를 통해 의결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CEO를 끝내 중징계한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업계 CEO 30여명이 금감원에 라임 사태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는데도 결국 중징계로 결론난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CEO 등 증권사들을 강하게 징계해 자기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 대부분의 시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감원 내부 직원이 라임 검사계획 문건을 김모 전 금감원 팀장(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통째로 넘긴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금감원은 해당 직원에 경징계(감봉) 처분을 내리는 데 그치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잇따른 사모펀드 사고가 터지며 금감원의 감독권한이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내부 직원이 문건을 주고 향응을 받은 건 공범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신의 티끌을 먼저 제거하고 남의 들보를 제거해야 공평무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법적 대응 가능성…연이은 중징계 CEO 인력 공백 우려
라임 사태로 징계를 받은 증권사들은 이번 금감원 제재심 이후 남은 절차를 고려해 “증선위, 금융위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신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등은 회사를 떠난 전직 CEO가 징계 대상이고, KB증권은 현직 CEO가 대상이라 향후 대응에서도 온도차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등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대체로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박정림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KB증권은 최종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 등 법적 분쟁이 벌어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올 초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불복,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법원이 징계 효력을 정지시켰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가 최종 확정될 경우 옵티머스펀드 등 다른 사모펀드 사태에도 영향을 미쳐 CEO급 인력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업은 사람이 자산인 업(業)이고 CEO가 되려면 풍부한 경험과 리스크 관리 등을 다 거쳐 올라간 사람”이라며 “금융당국의 책임 전가로 인해 CEO의 중징계가 연이어 벌어지면 경험을 가진 인재가 전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감원은 증권사에 이어 다음달 중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제재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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