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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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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류 학습만화 약인가 독인가…“공부 흥미 생겨” vs “독서와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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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 성장 학습만화 시장 논란

독서로 보지 말고 놀이로 봐야

부모가 독서로 이어지게 유도를

중앙일보

만화를 통해 각종 분야의 정보를 전달하는 학습만화는 2000년대 중반부터 어린이책 베스트셀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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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권 판매’ 학습만화 대열에 시리즈 하나가 더 이름을 올렸다. 『고고 카카오프렌즈』(아울북)가 지난달 판매량 100만부를 달성했다. 2018년 1월 말 첫 권을 출간하고 현재 16권까지 나온 시리즈물로, 2년 10개월 만의 기록이다. 주인공들이 악당을 피해 임무를 완수하는 스토리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 문화, 인물을 소개하는 학습만화다. 예를 들어 9월 나온 ‘베트남’ 편에서는 주인공들이 베트남을 탐험하면서 악당과 대결을 펼치는데, 이 과정에서 베트남이 중국·프랑스의 침입과 식민지 시대를 통과한 이야기, 하롱베이에 숨겨진 전설 등이 드러난다. 초등학생 저학년이 주 독자층이다.

100만부 돌파는 학습만화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가 아니다. 출판사가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이 시장 크기를 추정할 수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만화산업백서(2009년)에서 학습만화의 누적 판매량을 집계했다. 당시 『Why?』(예림당, 2001년~)는 3000만부, 『마법천자문』(아울북, 2002년~)은 1300만부,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아이세움, 2001년~)은 1000만부를 넘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학습만화 판매량은 5년 전부터 매년 약 10%씩 증가하고 있다.

논란도 더 커지고 있다. ‘재미있게 보다 보면 지식이 남는다’는 옹호와 ‘정보가 오래 남지 않을뿐더러 독서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맞선다. ‘영상 시대 책과 멀어지는 아이들에게 학습만화라도 읽혀야 한다’는 생각과 ‘학습만화를 보면 얻는 게 없을 뿐 아니라 잃는 것이 많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무엇이 맞을까.

읽다 보면 정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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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 『Why?』 시리즈 중 한 권


교육 현장에서 학습만화의 효과를 실험한 적도 있다. 대구 성당초등학교의 양금슬 교사와 한국교원대학교의 남상준 명예교수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만화가 공부에 도움을 주는지 실험한 결과를 올해 발표했다. 『Why?』시리즈 ‘지리와 지도’ 편을 읽게 한 학생들에게 질문지 응답, 소감문 작성, 면담을 진행한 결과였다. 분석 결과, 학습만화를 읽은 후 학생들이 사회과목을 좋아하게 됐고, 기억과 이해 능력도 향상됐다. 학습만화가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글과 그림이 서로 보완하면서 한쪽을 이해하지 못해도 다른 한 요소가 기억을 돕는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학습만화를 내는 출판사가 분석한 인기 비결과도 일치한다. 『고고 카카오프렌즈』의 출판사인 아울북 측은 “독자들은 읽다 보면 정보가 들어온다는 점을 좋아했다”며 “만화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은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읽게 되고, 정보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고 했다.

독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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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시리즈 중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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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아동·청소년의 독서법을 연구하는 이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이가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의 저자 최승필이다. 대치동 학원 강사였던 그는 아이들의 독서법에 문제를 느끼고 ‘언어능력’에 집중하는 책 읽기에 대해 집필하고 강의한다. 최승필은 “학습만화 탐독까지 가면 아이의 독서가로서의 삶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단언한다. “얄팍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고, 오만함이 자리해 호기심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사라져 글 읽기가 힘들어진 아이를 두고 “독서 인생이 끝난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역사 만화를 많이 봐서 역사를 많이 아는 아이는 그 지식을 곧 잊게 되며 글씨가 많은 책은 싫어하게 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초등학교 1,2학년에 처음 학습만화를 접한 아이들은 그 나이에 읽는 동화책 정도의 글씨 분량은 이해할 수 있지만, 3학년에 올라가면 평범한 독서를 하지 못하게 된다.”

지식이 금세 사라진다는 것 말고도, 독서 능력 자체를 저해한다는 단점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독서치료연구소를 열어 아이들을 상담·심리치료 하며 최근 『시냅스 독서법』(매일경제신문사)을 낸 박민근 소장은 “학습만화는 독서가 아닌 유튜브 시청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림으로 이어지는 전개, 얼마 안 되는 문자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독서로 분류할 수 없고 영상 시청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학습만화에 빠지면 책하고는 멀어지게 된다. 마치 밥 대신 마약만 먹는 것과 같다”며 “한국 청소년들의 독서량 통계에서 학습만화를 빼버리면 거의 남는 게 없다는 현실이 문제”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2000년대 들어 나온 상당수 연구는 ‘학습만화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일반 독서로 연결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학습만화의 재미로 학업에도 흥미를 느꼈다는 학생들의 설문을 근거로, 학습만화 독서를 일반 도서로 연장하려고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만화가 유해하다고 보는 이들도 ‘완전 금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학습만화를 무조건 금지하는 대신 아이들이 다시 독서의 정교한 체계에 들어오도록 유도하라고 조언한다. 박민근 소장은 “갑자기 완전히 빼앗아선 안 된다. 가정에서 원칙을 만들고 권수를 정해 볼 수 있게 하는 엄격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만화로 푸는 정도로 허용하라는 이야기다. 최승필 작가는 “학습만화를 독서로 취급하지 말고 놀이로 인정하라”며 “학습만화가 게임이나 스마트폰 시간을 대체하는 건 괜찮지만 독서 시간에는 들고 들어올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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