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러' 박재영 '여행준비의 기술' 발간
'여행가'가 아닌 '여행준비러'임을 내세우는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이 여행준비의 미덕을 찬양하는 책 '여행준비의 기술'(글항아리)을 펴냈다.
여행 대신 여행준비가 취미라고 밝힌 저자는 '소풍 가기 전날이 소풍 당일보다 더 설렌다'는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말로 자신의 특이한 취미를 설득시킨다.
"여행이 취미인 사람은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부터 우울해지지만, 여행준비가 취미인 사람은 하나의 여행이 끝나면 그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며 여행준비의 장점들을 제시한다.
책은 장점 가운데 하나로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을 꼽았다. 여행에 앞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나 미술관, 박물관, 섬, 산, 해변 등의 목록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준비는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이란 포기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더 많이 원하는 것을 위해 덜 원하는 것을 버리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행준비의 다른 장점은 '여행이 풍성해지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 풍성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이탈리아 회화책 2권을 사서 공부한 뒤 여행한 결과 로마 시내의 영어 메뉴판이 없는 식당에서 일반 관광객이라면 주문할 수 없었을 것 같은 '호박꽃 튀김'을 먹을 수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여행을 앞두고 그 나라의 말을 공부하면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여행준비의 중요한 기술로 '여행의 명분 만들기'를 제안한다. 열심히 일만 하다가 여행 갈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별생각 없이 여행을 떠났다가 돈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여행의 명분은 미리 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더 자주 떠날 수 있고, 떠났을 때 더 당당하게 놀 수 있다는 것이다. 명분 만들기의 한 예로 30세, 40세, 50세, 60세, 70세 등 10년 단위 생일을 제시한다. 이 방법이 너무 띄엄띄엄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부모님 생신, 배우자 생일, 아이들 생일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 구상했다는 여행준비의 실용서이자 에세이집인 이 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행 관련 서적이 팔리지 않는 시기에 나온 점도 눈길을 끈다. 전염병은 여행을 제약하지만, 여행준비에까지 손을 쓰지는 못한다. 저자는 "여행을 못 가더라도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우면 그것으로도 큰 위안"이라며 여행이 취미인 이들을 달랜다.
240쪽. 1만4천500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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