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검증 강화는 이번 보선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추문 사건에서 비롯된 데 따른 것이다. 당 일각에선 아예 여성을 후보로 내세우자는 ‘여성 후보 공천론’도 여전하다. 당 전국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은 지난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성 평등을 가시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런 가시적 실천 중 하나로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들을 여성으로 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획단엔 정 의원과 강선우·이수진·최혜영 의원, 박성민 최고위원, 조은주 청년대변인 등 여성 위원이 다수 포진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여성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잖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9일 당 4·7재보선기획단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획단 위원을 맡은 조은주 청년대변인, 박광온 사무총장(기획단장), 이 대표, 박성민 최고위원, 최혜영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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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공천으로 돌파?=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겐 이런 분위기가 썩 나쁘진 않다. 박 장관은 과거 두 차례(2011년 보궐선거, 2018년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했지만, 모두 박 전 시장에 밀려 본선행에 실패했다. 그는 이후 문재인 정부 경제부처 장관 이력까지 더했다. 걸림돌은 현직 장관 신분이다. 당내 경쟁이 본격화하는 연말까진 교체가 이뤄져야 내년 초부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안팎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법무부·검찰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출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추 장관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가 두텁지만, 검찰 갈등 이슈가 부각되는 게 전체 판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후보 전략공천이 실제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내에선 “이런 선거일수록 불리한 성폭력 이슈에 함몰되느니, 다른 이슈로 주도하는 게 낫다”(한 중진 의원)는 반론도 적지 않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당내 경선을 통한 후보 확정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군이다. 사진은 2018년 4월 17일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선 두 사람.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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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푸는 남성 후보들=남성 후보군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건 4선의 우상호 의원이다. 우 의원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방침이 결정되면 그걸 전제로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며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2016년 야당 원내대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진두지휘한 우 의원은 2018년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2년간 와신상담한 그는 현재 당내 주류인 86그룹의 폭넓은 지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재선인 박주민 의원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박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쌓은 대중 인지도가 강점으로, 당내 친문(親文) 성향의 권리당원 사이에서도 지지세가 강하다.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는 국민 여론조사와 권리당원 투표에서 당내 중진인 김부겸 전 의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48세의 박 의원은 ‘세대교체’를 앞세우지만, 경쟁 후보와 비교해 경험이 적고 당내 지지그룹이 취약하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여권이 고위 공직자와 의원들의 다주택 문제로 곤욕을 치른 탓에, 후보 검증 과정에선 주택 보유 현황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관보 기준으론 우 의원과 박 의원은 1주택자로 분류된다. 우 의원은 포천 단독주택(8770만원) 1채를, 박 의원은 서울 중구 신당동 아파트 1채(7억원)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박 장관은 지난 연말 기준 서울 서대문구 단독주택(13억9000만원)과 일본 도쿄의 배우자 명의 아파트(9억7300만원), 서울 종로구 배우자 명의 오피스텔(5억9300만원)을 보유했으나, 이 가운데 서울 종로 오피스텔을 지난 8월 매각했다. 추 장관은 서울 광진구 아파트(8억7200만원) 1채와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텔(1억9500만원) 1채를 재산으로 신고했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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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난 겪는 부산=부산시장 후보론 3선 국회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사무처 국정감사에서 “제 의사와 상관없이 언론에서 하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지만, 부산 민주당 권리당원들 사이에선 여전히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김 총장은 이날 그동안 닫았던 페이스북 페이지를 다시 열었다.
세대교체 차원에선 1977년생인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김해영 전 의원(현 오륙도연구소장)과 박인영 부산시의원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3선 구의원과 2018~2020년 부산시의회 의장을 지낸 박 시의원은 여성 후보라는 강점도 있다. 오거돈 전 시장 사퇴 이후 부산시를 이끄는 변성완 시장 권한대행도 지역 언론에서 후보군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이들 4명 가운데 아직 출마 의사를 내비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산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과 달리 부산은 내년 보궐선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실상 ‘사지(死地) 출마’라는 분위기여서 아직 후보군의 물밑 움직임도 많지 않다”고 전했다.
오현석·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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